'무더기 88클럽 탈락' 저축은행 예금 금리 '뚝'… 시중은행 밑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 8% 이하인
'88클럽' 3개월새 41곳→15곳
정기예금 평균금리도 하락세
[파이낸셜뉴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예금 상품 금리가 일부 시중은행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이 무리한 수신 잔액 늘리기 경쟁을 자제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재무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된 저축은행 26곳은 3개월 만에 '자기자본비율 8% 이상이면서 고정이하여신 비율 8% 이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88클럽에서 탈락했다.
■ 9년 만의 적자에 예금금리 낮췄다
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296개의 연평균 금리는 3.67%로 집계됐다. 지난 1월 3.95%수준이었던 금리는 약 5개월 만에 0.3%p 가까이 떨어졌다.
자산 기준 상위 5대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SBI저축은행 3.60% △OK저축은행 3.81% △한국투자저축은행 3.80% △웰컴저축은행 3.60% △애큐온저축은행 3.65% 등이다. 5대 저축은행의 1년 평균 금리는 연 3.65%로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58%로, 저축은행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와 불과 0.11%p차에 그친 것이다.
특히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는 DGB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은 최고 금리가 연 4.15%로, 저축은행업계 평균보다 약 0.5%p 높았다.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의 최고 3.9%로, 저축은행 평균금리를 웃돌았다.
다른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도 살펴보면 NH고향사랑기부예금(3.6%), NH올원e예금(3.5%), NH왈츠회전예금II(3.6%)과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3.5%),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3.55%),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3.5%), 국민은행 KB 스타 정기예금(3.5%) 등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같은 조건의 예금 대비 이자가 높은 것이다.
이 같이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시중은행의 금리를 밑돌게 된 것은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들이 수신 경쟁을 자제한 결과다.
지난해 저축은행은 총 5559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조달비용이 치솟은 데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과 이로 인한 충당금 적립으로 저축은행 업계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적자에 이어 올해 1·4분기에도 저축은행들은 1543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527억원 손실)보다 손실 규모가 1016억원 늘어난 것이다. 연체율도 8.8%까지 올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경기 회복이 둔화된데다 기준금리 인하까지 늦춰지면서 거시경제 여건이 업계 경영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 88클럽' 무더기 탈락 15곳 그쳐
재무건전성이 튼튼한 저축은행을 뜻하는 '88클럽'에 포함되는 저축은행의 수도 급감했다. 이번 1·4분기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자기자본비율 8% 이상이면서 고정이하여신 비율 8% 이하(88클럽)인 저축은행은 15개에 불과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여신 중에서 고정이하로 분류된 여신의 비율을 뜻한다. 부실채권 현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이다. 비율이 낮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과거 자본 적정성과 여신 건전성이 우량한 저축은행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88클럽 제도를 운용했다. 지난해 1·4분기 68개 수준이었던 88클럽에 포함되는 저축은행은 수는 지난해 말 41개로 줄었다. 이후 3개월 만에 26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88클럽에서 탈락했는데 대부분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맞추지 못했다. △OK저축은행 9.5% △웰컴저축은행 9.6% 등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저축은행은 물론 △KB저축은행 12.2% △NH저축은행 10.0% △BNK저축은행 8.2% △IBK저축은행 11.7% 등 금융지주 계열사들도 탈락했다. 저축은행 전체 1·4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3%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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