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잇단 유상증자…“자금 수혈 희비”
엔젠바이오·카이노스메드, 제3자 배정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 수혈을 위해 줄줄이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유상증자란 주식을 추가 발행해 기존 주주나 새로운 주주에게 새로 발행된 주식을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고금리에 차입보다 유상증자를 선택했지만 시장 반응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DXVX, 브릿지바이오, 샤페론, 셀리드, HLB생명과학, 엔젠바이오, 카이노스메드 등이 최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자금 조달에 나섰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는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총 503억5000만원 규모의 운영자금, 채무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1900만주,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의 62.9%에 달한다.
DXVX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실권주가 발생하면 주관사인 유진투자증권이 인수하기로 했다. 임종윤 사장은 상속세 재원 마련 때문에 자금 사정이 어려워 신주인수권을 팔고 회수한 금액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청약 예정일은 내달 22일~23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8월 9일이다.
브릿지바이오, 테라퓨틱스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62억원 모집에 나선다. 내달 유상증자를 위한 발행가액을 산정하고 오는 7월 17~18일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회사도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 회사 측은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 물질 BBT-877의 임상시험 비용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유상증자 후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에 대해 소유 주식 1주당 0.2주 비율로 신주를 무상으로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시행할 예정이다.
셀리드는 총 175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고자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나섰다. 샤페론은 350억원 규모를 모집하기 위해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HLB생명과학은 14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엔젠바이오는 투자자를 공개 모집하는 주주배정이나 일반공모 방식이 아닌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제3자 배정 방식은 특정한 개인이나 법인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를 유치하는 것에 가깝다. 엔젠바이오에 따르면 이번에 실시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모두 176만6785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제3자 배정 대상자는 아랍에미리트(UAE) 소재 전략적 투자자인 유로 얼라이언스(Euro Alliance)다. 엔젠바이오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인도· 중동 사업추진 운영 비용과 조인트벤처(JV) 설립 등 사업 확장에 사용할 예정이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투자 이후 엔젠바이오와 유로 얼라이언스는 인도와 UAE 현지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을 이용한 정밀진단,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카이노스메드는 타법인증권취득자금 10억원을 조달하고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주당 3870원에 신주 25만8397주(보통주)가 발행된다.
금융시장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제약·바이오 기업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상증자 절차를 밟고 있는 일부 기업의 주가가 최근 크게 하락하면서 당초 발행 예정가액보다 주가가 밑돌고 있는 탓이다.
HLB생명과학은 당장 빨간불이 켜졌다. 유상증자를 위한 2차 발행가액 산정을 앞두고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 회사 주가는 3월 26일 2만4361원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20일 7700원까지 떨어진 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7일 항암제 신약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불발 소식이 있었던 탓이다. 주가가 크게 반등하지 못하면 2차 발행가액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에 따라 최종 조달 가능 금액도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시중 금리가 높다 보니 기업들이 차입보다는 유상증자로 재원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증권사들도 바이오 기업들의 자금 조달 실패 가능성을 고려해 실권주 인수를 포기하는 등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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