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들, 여름에 화려한 변신하는 이유는?

김진수 기자 2024. 6. 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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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13일 새벽 만조에 바닷물이 밀려들자 충남 홍성군 서부면 갯벌 위로 도요새가 무리를 지어 날아오른다.

이들은 봄이면 멀리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에서 출발해 중간 기착지인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로 날아오는 장거리 여행자다.

봄에 갯벌로 날아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여름깃으로 잔뜩 멋을 부리고 있다.

'깃털 달린 여행자'들이 만드는 갯벌의 찬란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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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퀘어]번식 앞두고 갯벌 찾는 여행자의 장식깃
푸른 해초 사이로 빛나는 적갈색 깃털
적갈색 어깨깃에 목과 가슴 주변이 여름깃으로 붉게 변한 좀도요가 푸른 해초류가 자라는 충남 홍성군 서해 갯벌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체형이 작고 통통한 좀도요는 참새만 한 몸 크기로 우리나라 갯벌을 찾는 가장 작은 도요다.

2024년 5월13일 새벽 만조에 바닷물이 밀려들자 충남 홍성군 서부면 갯벌 위로 도요새가 무리를 지어 날아오른다. 이들은 봄이면 멀리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에서 출발해 중간 기착지인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로 날아오는 장거리 여행자다. 출발할 때의 몸무게가 40%나 줄 만큼 힘든 비행 끝에 중간 기착지에 도착한다.

만조로 대부분의 갯벌이 물에 잠기면 새들은 물이 차지 않는 곳을 찾아 모여든다. 위로 약간 굽은 긴 부리를 가진 큰뒷부리도요와 붉은어깨도요가 함께 모여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충분히 먹고 체력을 회복해야만 다시 번식을 위해 북쪽으로 날아갈 수 있다. 4월 초부터 시작된 도요·물떼새의 장거리 이동은 민물도요로 시작해서 중대형 도요류인 붉은어깨도요와 큰뒷부리도요의 비행으로 절정을 이룬다. 이 시기 서해 갯벌의 우점종은 노랑발도요와 붉은어깨도요, 호사도요 그리고 중부리도요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넓은 갯벌에 흩어져 먹이를 찾던 새들은 만조가 되면, 물이 차지 않는 곳에 모여 다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린다.

노랑부리백로는 서해 무인도에서 번식하는 여름철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 자료 목록에서 취약종(VU),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노랑발도요는 멱과 가슴, 옆구리에 흑갈색 물결무늬가 있고 비교적 짧은 다리가 노란색이다.

봄에 갯벌로 날아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여름깃으로 잔뜩 멋을 부리고 있다. 도요류는 봄에 번식을 앞두고 빛깔이 풍부한 깃털로 바뀌는데, 여름깃 또는 생식깃이라고도 한다. 먼 길을 날아 도착한 갯벌의 봄날 드레스코드는 레드다. 겨울철 회갈색 위주의 차분한 색조가 점차 기온이 올라가면서 적갈색 깃털로 화려한 변신을 한다. 봄날 새들의 붉은색 깃털은 물가의 푸른 해초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붉은어깨도요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 자료 목록에서 취약종(VU)으로 분류된 국제적 보호조다. 다리에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진이 부착한 녹색 가락지가 보인다.

갯벌에서 덩치가 가장 작은 좀도요 외모도 화려해진다. 목과 가슴이 붉게 물들다 조그만 얼굴 전체가 홍당무처럼 변하기도 한다. 장거리 여행의 대가로 알려진 큰뒷부리도요의 가슴과 배도 여행에 대한 열정만큼 적갈색으로 물든다.

꼬까도요는 다리가 짧고 체형이 땅딸막하다. 물가에서 해초와 작은 돌을 부리로 들추고 속에 숨어 있는 곤충을 잡는다.

가슴에 검은 반점이 흩어져 있는 붉은어깨도요의 변신도 눈에 띈다. 한 부분만 뽐내듯 이름처럼 어깨에만 적갈색 무늬가 있다. 근처 무인도에 둥지를 만드는 노랑부리백로도 기다란 장식깃을 휘날리며 갯벌을 찾기도 한다. ‘깃털 달린 여행자’들이 만드는 갯벌의 찬란한 봄이다.

홍성(충남)=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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