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수사정보 유출’ 검찰수사관 구속영장 청구

지역 언론사 기자에 알려준 혐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월12일 오전 열린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맨 앞줄 오른쪽)이 성명서를 읽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숨진 배우 고 이선균(48)씨의 수사 정보를 유출한 의혹을 받는 검찰 수사관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인천지검 소속 수사관 ㄱ씨의 사전 구속영장을 지난달 30일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검찰은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ㄱ씨는 이씨가 마약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정보를 평소 알고 지내던 경기지역 언론사인 경기신문 기자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신문은 지난해 10월 19일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 사건을 단독 보도했다.

경찰은 경기신문이 이씨 사건을 최초 보도한 경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ㄱ씨의 혐의를 포착했다. 경찰은 철저한 보안 유지 속에 수사 진행 중이던 사건의 정보를 유출했다는 점에서 ㄱ씨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15일 인천지검과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경기신문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ㄱ씨를 입건했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맡았던 이씨 사건은 경기신문 보도 후 여러 매체의 보도가 뒤따랐다. 이씨는 언론 보도보다 앞선 지난해 10월14일 형사 입건됐으며, 두 달여간 세 차례에 걸쳐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세 번째 공개적인 소환 조사를 받은 지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종로구 한 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때문에 이씨가 숨지기 전 경찰 조사를 앞두고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포토라인에 섰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결국,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이선균 수사정보 유출’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 목소리가 나왔고, 경찰은 지난 1월부터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다.

한편, 경찰이 검찰 수사관 ㄱ씨의 영장을 신청한 것을 놓고 또 다른 우려도 나온다. 기자가 수사기관을 상대로 사건을 취재해 단독 보도하는 취재 활동에 대한 위축은 물론, 취재원을 찾아내 처벌하는 경우가 많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경찰이)기자의 자유로운 취재를 막거나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경찰의) 공보 규칙에 준하는 취재 활동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잘될 것”이라고 했다.

ㄱ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은 이번 주 중 잡힐 예정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