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금융사의 알뜰폰 진출···괜찮을까?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다. 금융사들은 통신 데이터를 축적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지만,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고사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알뜰폰 망을 빌리기 위한 우선협상사업자로 LG유플러스를 선정하고 이달 내로 알뜰폰 도매대가 계약을 체결한다. 금융권 첫 알뜰폰 사업자인 KB국민은행의 KB리브엠(KB리브모바일)은 2019년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사업을 이어왔는데, 금융위가 지난 4월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 부수 업무로 인정하면서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자금력을 갖춘 금융사들은 기존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상품을 내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통신요금을 최대 1만7000원 깎아주는 ‘리브엠 2’ 카드 등을 선보이며 42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금융플랫폼 토스의 ‘토스모바일’도 유심 무료 배송, 10% 캐시백 등 혜택을 제공하며 가입자가 10만명을 넘겼다. 금융사들은 결합 상품으로 고객들을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목적은 가입자들의 통신 데이터라는 분석이 많다. 가입 고객들의 동선과 결제 패턴 등 통신데이터를 모으면 기존 금융 서비스와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KB리브엠은 사업 진출 후 3년간 4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도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금융사들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모빌리티에 투자하는 것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1000만 가입자를 눈앞에 뒀던 알뜰폰 업계는 금융사 진출 확대로 제4이동통신사 출범과 통신사 전환지원금 정책에 이어 악재가 겹쳤다. 지난달 7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기자간담회에서 알뜰폰 사업자들은 고사 위기를 호소했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가계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된 알뜰폰과 관련한 현재의 정부 지원 정책은 애매모호하다”면서 “공정 경쟁을 한다며 금융권 등을 개입시키는 것은 알뜰폰 시장을 왜곡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금융사의 알뜰폰 진출에 대해 응답자 60%가 ‘몰랐다·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다만 소비자들은 금융사 알뜰폰에 대해 기존 알뜰폰보다도 낮은 요금에 금리 혜택까지 원해 기대 수준이 훨씬 높았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부, 통신을 연계해 기존 사업기반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금융사, 낮은 비용에 부가 혜택까지 기대하는 소비자가 동시 작용해 어떤 시장을 만들어 낼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더 큰 차원에선 금융당국의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과 맞물린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과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실을 고려했다지만, 영세한 알뜰폰 시장에 거대 금융자본의 진출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알뜰폰 시장에 변화가 필요했다면 기존 통신 정책이 문제였던 것이지 금융회사가 들어간다고 어떤 혁신이 생길지 의문”이라며 “기존 대기업 사업자 때문에 고생하던 중소 알뜰폰 사업자만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으려는 은행의 민원만 해결해준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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