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무죄’ 재일동포 조작간첩사건…“검찰 항소·상고, 2차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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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대검찰청이 작성해 일선 검찰청에 배포한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매뉴얼'이다.
"검찰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고, 중대인권침해사건의 경우 법원의 무죄판결에 대해서 항소나 상고는 원칙적으로 행사하여서는 안 된다"면서 이러한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휴짓조각이 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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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건 무죄 확정인데 계속 상소”
[재심청구 및 개시단계]
- 재심개시 결정에 명백한 오류가 없는 한 즉시항고 부제기
- 즉시항고 기각 결정에 법령 적용이나 해석오류의 문제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재항고 부제기
[재심재판단계]
- 재심개시 결정단계에서 이미 인정된 불법구금·가혹 행위 존재 판단에 대한 이의는 원칙적으로 자제
- 검사의 업무 범위 내에 있는 한 피고인을 위한 증거도 적극 수집·제출
-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존재함이 명백하거나 실체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종래 판결을 유지함이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무죄 구형을 위해 적극 노력
[재심무죄선고단계]
- 고문 등으로 증거가 조작되었음이 명백하거나 공범이 무죄확정되었고 달리 유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상소 부제기
2019년 6월 대검찰청이 작성해 일선 검찰청에 배포한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매뉴얼’이다. “검찰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고, 중대인권침해사건의 경우 법원의 무죄판결에 대해서 항소나 상고는 원칙적으로 행사하여서는 안 된다”면서 이러한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휴짓조각이 될 참이다. 결국 사건 50년 만에 완전한 명예회복을 기대했던 피해자 유족들은 검찰의 방해를 막아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내기에 이르렀다.
1970년과 1973년 각각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와 보안사령부(현 방첩사)에 체포돼 장기 불법구금된 뒤 고문과 가혹 행위를 당하고 간첩혐의로 형을 살았던 ‘조총련 관련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유족과 이들을 돕는 인권단체 및 변호사들은 3일 오후 서울 중구 삼일대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항소 및 상고 취하 권고, 대검찰청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매뉴얼 개선”의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인권위 10층 민원실에 접수했다. 이들은 “검찰의 항소 및 상고는 과거사정리법에서 정한 국가기관의 의무 불이행이며, 유족들에 대한 2차 가해”라며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과거사정리법 제32조의2 “권고사항을 소관으로 하는 국가기관은 해당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매뉴얼에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고 한삼택(1932~1989)·최창일(1941~1998)씨는 진실화해위로부터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를 당했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고, 재심개시가 결정돼 각각 올해 1월26일과 5월23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고 한삼택씨에 대한 재심개시 결정이 난 뒤 항고와 재항고를 했고 무죄가 나자 2월2일 “당시 행위가 실질적 위험성이 있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고 최창일씨에 대해서는 “보안사가 최초에 수사를 시작했으나 중앙정보부와 공동수사 형식을 취했으므로 보안사에서 확보한 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공소를 유지해오다 5월29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한삼택씨 아들 한경훈(63)씨는 “검찰이 인권침해 피해자에게 위로는 못할망정 방해를 한다. 인권위가 이를 바로잡아달라”고 발언했다. 최창일씨 유족인 최지자(43)씨를 대신해 발언한 변상철 공익법률센터 파이팅 챈스 소장은 “검찰의 항소와 상고는 피해자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염치없고 후안무치한 행위다. 당장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변 소장은 “김동휘, 김오자, 김종태씨 등 재심에서 이미 무죄확정받은 재일한국인 조작간첩사건 피해자 12명도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유족들을 지원하는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법률사무소 생명·이채, 법무법인 원곡, 재일한국인 양심수의 명예회복을 구하는 모임, 한국기독교협의회 인권센터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고 한삼택씨는 1967년 제주의 한 중학교 서무 주임으로 근무하던 중 조총련 관계자와 서신으로 교류하고 교장 관사 신축 목적으로 63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 없이 중앙정보부에 압송돼 조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한씨는 제주로 돌아왔지만 ‘간첩’ 낙인이 찍혀 일자리를 잃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다 1989년 세상을 떠났다.
재일동포였던 고 최창일씨는 1967년 국내에 입국하여 함태탄광 본사에 근무하던 중, 한국과 일본을 왕래하며 간첩활동을 하였다는 혐의로 1973년 자택에서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되어 장기간 불법구금 상태에서 가혹 행위 등 강압수사를 받은 뒤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1979년 가석방으로 출소했으나 1998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진실화해위라는 국가기관이 진실규명을 한 사안에 대해 또 다른 국가기관인 검찰은 ‘끝까지 가겠다’면서 항소와 상고를 제기했다. 대검찰청에서 과거사 대응 매뉴얼은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검 쪽은 “고인이 된 피고인들이 과거 재판에서 범행을 시인한 부분이 있었고, 이러한 법정진술의 증거능력 유무에 대해 상급심의 최종 판단을 구하고자 상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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