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두 할 수 있어" K리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고딩 K리거'들의 깜짝 활약. 강원 양민혁에 이어 대전 윤도영까지 등장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같이 K리그에 들어온)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얘들아, 너희도 할 수 있어'라고요."
올 시즌 91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 최소경기 100만 관중 돌파의 신기원을 이룬 2024시즌 K리그1에 또 다른 흥행 호재가 등장했다. '겁 없는 10대의 등장'이다. 고교생 신분으로 프로구단과 '준프로 계약'을 맺은 10대 소년들이 녹록치 않은 실력을 보이며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K리그1의 겁 없는 10대, 이른바 '앙팡 테리블'의 선두주자는 강원FC의 양민혁(18)이다. 2006년생, 만 18세의 양민혁은 현재 강릉제일고 3학년이지만 강원 구단이 준프로 계약을 맺고 영입했다. 종전에도 준프로 계약을 맺고 프로구단에 입단한 고교생 신분 선수들은 존재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R리그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미래를 위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양민혁은 개막전부터 강원의 전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며 당당히 팀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 중이다. 덕분에 지난 4월에는 5경기에 나와 1도움을 기록, '영플레이어상'을 받기도 했다. 양민혁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양민혁은 지난 2일 제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전에도 선발로 나와 1-0으로 전반 42분 야고의 추가득점을 어시스트했다. 지난 15라운드 득점에 이어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시즌 4골-3도움으로 흠잡을 데 없는 강원의 주전 윙어다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런 양민혁의 활약에 자극받은 듯, 또 한명의 '고딩 K리거'가 데뷔 첫 공격포인트를 달성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전 하나 시티즌의 윤도영(18)이다. 역시 충남기계공고 3학년으로 대전과 준프로 계약을 맺고 입단한 윤도영은 시즌 초반 B팀에서 활동하다 이민성 전 감독이 사임한 뒤 지휘봉을 이어받은 정광석 감독대행에게 발탁돼 지난 5월25일 울산HD 전을 통해 K리그1 데뷔전을 치렀다.
자신감을 얻은 윤도영은 2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6라운드 대구FC전에는 후반 26분 교체 출전해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연패 탈출과 탈꼴찌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후반 39분 대전이 코너킥을 얻자 윤도영이 좌측 코너로 뛰어갔다. 애초부터 좌측 코너킥 전담 역할을 부여받은 윤도영은 낮고 빠르게 공을 차올렸고, 이를 음라파가 머리로 밀어넣으며 데뷔 첫 어시스트를 기록하게 됐다.
윤도영은 "코너킥을 하러 가는데, 팬들께서 내 이름을 불러주고 환호해주셔서 전율이 일어났다. '더 집중해서 정성을 담아 올려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면서 "내가 여태까지 올린 코너킥 중 가장 최선을 다해 올렸다. 이걸 음라파가 골로 만들어준 덕분에 승리하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런 윤도영의 활약을 이끌어낸 배경에는 '절친의 자극'이 있었다. 프로 입단 동기이자 17세 이하(U-17)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아시안컵과 U-17월드컵에 출전했던 절친. 또한 먼저 프로무대에서 주목받은 '고딩 K리거' 양민혁이었다.
윤도영은 "(양)민혁이와 매우 친해서 대화도 자주하고, 질문도 많이 한다. 같이 뛰던 친구가 프로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질투도 났지만, 점점 나도 잘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민혁이가 계속 잘하니까 나도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윤도영은 준프로 계약을 맺고 올해 K리그 무대에 뛰어든 다른 U-17 대표팀 친구들을 향해 "사실 나보다 더 잘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 친구들에게 '야,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양민혁, 윤도영의 활약은 아직 프로에 데뷔하지 못하거나 이제 막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는 유망주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고딩 K리거' 또는 뉴페이스의 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런 선수들이 계속 튀어나온다면 올 시즌 K리그는 한층 활력이 넘치게 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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