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23〉'커피와 차' 그리고 창의
잠들면 의식 없이 숨을 쉰다. 기도 주변 공간이 좁아지면 목젖 근처에서 공기와 마찰을 일으켜 소리를 낸다. 같이 자는 사람을 괴롭히는 코골이다. 원시 인간은 짐승의 위협에 시달렸지만 코골이를 하는 사람은 잠잘 때도 큰 소리를 내서 공격받지 않았다. 코골이 유전자가 살아남은 이유다. 현대인에게 짐승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니다. 빌딩 숲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짐승보다 무섭다. 잠들기까지 휴대폰을 놓지 못하고 잠에서 깨면 휴대폰부터 찾는다. 깜빡하면 정보를 놓치고 경쟁에서 탈락한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신 차리기 가장 좋은 음료가 뭘까. 커피다. 이디오피아 목동이 열매를 먹은 염소가 잠에 들지 않는 이유를 찾다가 발견했다. 성직자는 신앙보다 커피에 의존해 밤샘 기도를 했다. 이슬람에서 인기를 끌었고 베니스를 통해 유럽으로 갔다. 정신을 맑게 하니 비판적, 창작적 사고에 도움이 됐다. 카페에서 불순한 토론을 한다는 이유로 몸에 해롭다는 핑계를 달아 금지하기도 했다. 소설가 발자크는 하루 60잔을 마실 만큼 커피를 사랑했다. 커피 인기는 재배지인 적도 인근 지역을 식민지로 착취하는 원인도 됐다. 우리나라엔 1890년대 개화기에 들어왔다. 을미사변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한 고종이 커피를 즐겼고, 울분에 찬 지식인 계급으로 수요가 확대됐다.
커피는 수요를 넓히기 위해 어떻게 했을까. 각성 효과를 극대화했다. 원두를 까맣게 볶아 진한 맛을 내는 커피를 만들었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치며 추운 날도 차디찬 커피를 찾는다. 카페인에 얼음을 더해 정신이 번쩍 든다. 매장 좌석을 없애고 각성을 픽업하는 저가커피 시장이 성장세다. 인스턴트는 뭔가. 바쁠 땐 원두를 볶고 갈아 내릴 여유가 없다. 프림, 설탕까지 조절하며 빨리 마실 수 있다. 맛을 극대화했다. 커피 원산지, 블렌딩, 로스팅 방식을 다양화해 풍부한 맛을 낸다. 볶은 원두를 갈고 향을 맡아보라. 천국의 냄새가 따로 없다. 고객의 취향을 존중한다며 크림, 시럽, 소금, 설탕을 덮는다. 커피 맛을 눌러 권하고 싶진 않지만 원가 대비 수익이 높다. 밥값에 버금가는 고급 커피도 늘었다. 카페인을 두려워하는 고객도 당겼다. 디카페인은 카페인 없이 커피 맛을 낸다. 시스템도 개선했다. 줄 서지 않고 휴대폰으로 주문한다. 자동차에 앉아 주문하고 픽업한다.
환경도 생각한다. 유럽연합(EU)은 산림보호법(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Regulation, 2024년 12월 31일 시행)을 만들었다. 온실가스 배출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막는다. 산림을 파괴해 재배한 커피를 유럽에서 팔면 매출 기준 최소 4% 벌금을 부과한다. 친환경적 기술개발로 커피 생산량과 품질을 높여야 한다.
차는 어떤가. 차나무 잎을 달여 만든다. 중국과 미얀마 국경이 원산지다. 면역력, 의지력을 높이고 정신적 즐거움을 준다. 명상을 하는 스님이 많이 마셨다. 당나라 육우는 차를 마시는 예법을 연구해 출판했다. 일본 전국시대 오다 노부나가는 차를 권력 유지에 활용했다. 신하에게 나눠줄 땅이 부족하자 차 모임을 금지했다. 공을 세운 신하에게 땅 대신 차 모임을 개최할 권리를 주었다. 좁은 방에서 몸이 닿을 듯 앉아 차를 마시는데 눈빛만 보고도 배신자를 색출할 수 있었다. 영국은 중국 차 수입으로 무역불균형이 일어나자 중국에 아편을 수출해 분쟁을 일으켰다(아편전쟁). 고가의 중국차 대신 인도에서 차나무를 재배하여 홍차를 가져와 마셨다. 재배지가 적도에 가까울수록 쓴맛이 강해 발효해 중화한 것이 홍차다. 상류층에서 즐겼고 티타임이 유행했다. 맛을 위해 블렌딩하고 영양을 위해 우유를 섞었다.
목표와 성과에 집중할 때 커피 한잔이 소중하다. 정신적 건강을 위해선 차 한잔의 명상도 놓칠 수 없다. 커피의 각성, 차의 명상이 조화를 이루면 음료도 문화와 창의가 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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