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성장, 정경유착 덕분 아니다"…최태원의 '진실 바로잡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과 관련해 재판부에 유감의 뜻을 직접 피력한 것은 대법원 상고를 통해 '진실 바로잡기'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서울고법이 SK와 노태우 정부 간 '정경유착'을 사실상 인정하며 1조3808억원 규모 재산분할을 결정했는데, 이게 사실관계와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 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3일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주재하는 회의에 최 회장이 참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다. 그만큼 이 사안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그룹의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정경유착이 아닌 임직원들의 땀으로 현재의 SK그룹을 만들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게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면서, 직원들의 동요를 잠재우고, 나아가 2심 판결까지 뒤집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판부는 SK그룹의 이동통신 사업 진출에 노태우 정권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SK그룹의 일관된 입장이다. 오히려 SK그룹은 노태우 정부 아래에서 확보한 사업권을 반납하고,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공개입찰을 통해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었던 측면이 있다.
회의에 참석한 SK 계열사 CEO들도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경험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일부 CEO들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앞으로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결연히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3심이 끝날 때까지 SK그룹이 '원팀'으로 뭉쳐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2심 판결대로 재산분할을 할 경우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및 계열사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기에, 더 이상 '개인의 일'로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심이 상당한 논쟁 거리가 있는 판결이었던 만큼,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그룹 차원의 힘을 모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SK 경영진들은 판결 이후 구성원과 주주, 투자자,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응과 향후 경영에 미칠 파장 등을 점검하고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SK그룹의 경영 안정성을 우려하지 않도록 적극 소통하며 한층 돈독한 신뢰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리밸런싱'의 경우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SK그룹은 연초부터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 등을 중심으로 한 사업 재조정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최 회장의 이혼 소송이 변수로 나타난 모양새다. 일각에선 SK그룹이 최 회장의 대규모 재산분할까지 염두에 두고 리밸런싱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는데, 이런 '설'에 최 회장이 직접 거리를 두는 듯한 메시지를 남겼다.
최 회장은 "엄혹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며 그린·바이오 사업의 '질적 성장' 추구, 반도체 등 사업 확장을 통한 'AI 리더십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창원 의장은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기업 가치 및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평소와 다름없이 계속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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