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신 뜬 `HEV 삼국지`

임주희 2024. 6. 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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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 당초 예상보다 완화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채택한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이 정체에 빠진 전기차를 대체할 신형 하이브리드차 엔진 개발에 힘을 주고 있다.

게다가 하이브리드차 종주국인 일본을 비롯해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인 중국도 신형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에 착수하자 수명은 더 연장될 분위기다.

도요타·스바루·마쓰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 3사는 모터와 배터리, 기타 전기 구동 장치와의 통합을 최적화하는 신형 하이브리드 엔진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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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미, 배출가스 규제 완화 영향
한국·일본 신형 엔진 개발 박차
중국, HEV시장 저가전략 전망
도요타·스바루·마쓰다 임원들이 신형 엔진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현대차 제공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 당초 예상보다 완화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채택한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이 정체에 빠진 전기차를 대체할 신형 하이브리드차 엔진 개발에 힘을 주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 양산 예정인 준대형 스포츠실용차(SUV) 팰리세이드에 새로 개발 중인 세타 3 2.5ℓ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도입한다.

이 엔진은 현대차그룹이 중·대형 차량용으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기존보다 모터와 배터리를 키워 연료 효율을 높임으로써 강화되는 글로벌 배출가스 규제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이브리드차는 가격과 인프라, 안전성 등에 대한 고민으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에게 대안으로 떠오르며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 돌풍으로 세계 주요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미국에서도 지난해 하이브리드차 시장 규모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한 총 117만5596대를 달성했다. 전년(76만6412대)보다 53% 급증한 수치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정체기)이 길어지자 전기차 전환에 부담을 느낀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 출시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전통 내연기관차 업체의 반발로 EU와 미국에서 배출가스 규제가 예상보다 완화된 것도 한몫했다.

EU는 최근 승용차 배출가스 부문에서 기존 유로6 기준을 크게 넘지 않는 수준으로 유로7을 확정했다. 유로7 초안에서는 유럽에서 판매할 모든 승용차에 대해 질소산화물 배출을 80㎎/㎞에서 60㎎/㎞로 줄이도록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독일 등이 반대하자 배출가스 규제를 유로6 수준으로 유지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일부 요건을 완화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발표했다. 배출가스 기준을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점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으며, 승용차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도 초안 56%에서 최종안 49%로 감소 폭을 낮췄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이 늦춰짐에 따라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하이브리드차 종주국인 일본을 비롯해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인 중국도 신형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에 착수하자 수명은 더 연장될 분위기다.

도요타·스바루·마쓰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 3사는 모터와 배터리, 기타 전기 구동 장치와의 통합을 최적화하는 신형 하이브리드 엔진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소형화·고효율·고출력을 목표로 e-퓨얼이나 바이오연료와 같은 대체 연료도 사용할 수 있어 탈탄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5세대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해 주행거리를 최대 2500㎞까지 끌어올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 2종을 공개했다. 테슬라 모델 3 주행거리 630㎞의 3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BYD는 이 차의 시작가를 10만위안(약 1900만원) 아래로 책정해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도 저가 전략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보콤 인터내셔널의 앙구스 찬 자동차 담당 애너리스트는 "이미 중국 시장에서 자리를 잃고 있는 외국 업체들에 더 부담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일본차 업체들이 가장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개발과 동시에 하이브리드차 포트폴리오를 확충해 현재의 수익성도 높일 전략이다. 현대차·기아는 대부분의 주력 차종에서 하이브리드화를 이룬 상태며, 남은 차종도 순차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25년부터 출시하는 전 모델을 전기차로 생산한다는 제네시스의 기존 계획을 수정해 하이브리드 모델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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