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부푼 꿈?…석유 키워드에 묻지마 상한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식에 도시가스, 정유, 가스관 등 관련 종목들이 급등했다. 정부의 공식 발표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투자자들이 관련주 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선 결과다.

3일 증시에서 가스유틸리티 업종은 전거래일보다 18% 상승했다. LPG(액화석유가스), 남·북·러 가스관 사업, 셰일가스, 도시가스, 피팅·밸브, 윤활유, 강관업체, 자원개발, 정유 등 테마주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가스·석유 매장 탐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관련 업종과 테마에 속한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한국석유와 대성에너지, 동양철관, 한국가스공사, 한국ANKOR유전이 상한가를 쳤고, 동방은 상승률 28%를 기록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KIB플러그에너지, 극동유화, 경동도시가스, 대성산업, 동아지질, 대성홀딩스, DSR제강 등은 10% 넘게 올랐다. 코스닥에서는 흥구석유와 화성밸브, 중앙에너비스가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이들 종목의 급등에는 동해 가스·석유전 시추 작업이 진행될 경우 수혜 대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한국전력 역시 수혜주로 인식되면서 주가가 4% 넘게 올랐다. 한전이 4% 넘게 오른 건 올해 2월26일(5.5%) 이후 3개월 만이다.

다만 현재 탐사 시추 절차도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주에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이날 상한가를 기록한 한국석유는 자원개발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한국석유는 자원개발이 아닌 아스팔트 가공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한국석유의 상한가는 이슈 키워드가 포함된 사명의 주식을 사들이는 전형적인 '묻지마 투자' 현상으로 풀이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동해 가스·석유전의 예상 자원 매장량은 35억~140억 배럴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453조7000억원)의 5배에 달하는 2268조5000억원의 경제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