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잡자” 팔 걷고 나선 빅테크들

노도현 기자 2024. 6. 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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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탈 엔비디아’를 내걸고 연합전선까지 구축하며 ‘1강 체제’에 균열 내기를 시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력 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인 H100의 개당 가격은 4000만원이 넘는다.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구동하려면 해당 칩 수천개가 필요하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산다. 지난해 한때 배송 대기 시간이 11개월이나 걸렸다. 경쟁사들로선 엔비디아 칩 수준의 성능을 내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동력이 커진 셈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엔비디아의 GPU 시장 점유율은 80%로 추산된다. AMD가 19%로 뒤쫓았고, 인텔이 1%에 머물렀다.

리사 수 AMD CEO는 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테크 엑스포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최신 칩 ‘인스팅트 MI325X’를 4분기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AMD는 지난해 12월 엔비디아 H100을 겨냥한 MI300X를 출시하며 영향력 넓히기에 나선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달부터 MI300X를 탑재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인텔도 지난 4월 최신 칩 ‘가우디3’를 공개하고 3분기 출시를 알렸다. AMD와 인텔 모두 자사 칩이 H100보다 성능과 효율이 높다는 점을 앞세웠다.

경쟁사들끼리 속속 손을 맞잡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AMD, 구글, MS, 인텔 등은 지난달 30일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 프로모터 그룹’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AI 가속기끼리 연결을 원활하게 해 대규모 AI 시스템 속도를 높이고 지연을 줄이기 위한 개방형 표준 개발을 목표로 한다. AI 가속기는 AI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계된 특수 하드웨어로 GPU 등을 조합해 만든다. 그룹은 오는 3분기 UA링크 1.0 표준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룹 결성은 칩 간 데이터 전송을 원활하게 해주는 엔비디아의 기술 ‘NV링크’에 대항한 움직임이다. 엔비디아는 자사 GPU를 기반으로 AI 관련 앱 개발을 지원하는 플랫폼 ‘쿠다’, NV링크 등을 통해 ‘엔비디아 생태계’를 공고히 구축했다. 오랜 시간 AI 개발자들을 이 생태계 안에 묶어두면서 성능 좋은 AI 반도체가 개발돼도 갈아타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인텔, 퀄컴, ARM, 구글 등은 지난해 9월 설립한 통합가속재단(UXL)을 통해 엔비디아 쿠다 플랫폼과 달리 여러 유형의 AI 칩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인텔은 자사 가우디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네이버와 공동으로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네이버와 삼성전자가 협업해 AI 가속기 ‘마하1’을 개발하는 것도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휴대전화나 노트북 같은 개인 기기에서 인터넷 연결 없이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칩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다국적 기업에서 신생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향후 5년 안에 연매출 40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는 AI 칩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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