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모 양육 불안 파고든 신종 직업 ‘아동 성장동반사’
“학교에서 내주는 모든 숙제를 감독하고 웅변대회나 그림 그리기 대회 준비를 도와줍니다. 아이를 피아노, 테니스 학원에 보내고 연습 파트너도 해 줍니다. 이 밖에 아이의 일상적 감정조절을 책임지며 어려움에 처하거나 집중력 저하 시 대처법을 알려주는 것도 제 일입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일하는 우모씨가 지난달 현지 매체 중신경위에 소개한 자신의 업무 내용이다. 학생들을 상대로 과외교사에 놀이 상대, 심리상담자 역할까지 해야 한다. 우씨의 월급은 2만위안(약379만원)이며 국제학교 학부모들이 주 고객이다. 우씨의 직업은 아동 성장동반사이다.
아동 성장동반사는 중국에서 새로 등장한 직업이다. 학교 공부, 바른 생활습관 길들이기, 인간관계 코치 등 아동의 생활과 성장 전반을 책임진다. 게임중독이나 인간관계 등 아이가 처한 문제와 관련해 부모에게 조언하는 역할까지 한다. 담당할 아동이 유아인 경우 간식 차려주기 등 보모의 역할도 추가된다.
중신경위에 소개된 또 다른 아동 성장동반사인 쑤쑤는 선전에서 입주 형태로 일한다. 매일 오전 7시30분에 아이를 깨우고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며 영어 음원을 틀어주면서 아침을 차려준다.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휴식을 취하고 오후 3시 무렵 다시 일이 시작된다. 하교를 돕고 국어, 수학 등 온라인 강의 수강을 감독하며, 자기 전에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집중력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함께 한다.
아동 성장동반사 채용공고는 광저우, 선전, 상하이 등 고소득 도시를 중심으로 2022~2023년 나타났다. 올해 들어 다른 도시로 유행이 퍼지면서 소셜미디어와 주요 매체에 오르내리는 빈도도 잦아졌다. 중신경위는 “현재 아동 성장동반사 수요가 매우 높으며 특히 베이징, 장쑤성, 저장성, 상하이, 주강 삼각주에서는 공급 부족”이라고 전했다.
채용공고 사이트와 중국 매체를 종합하면 아동 성장동반사 보수는 월 1만5000위안~3만위안이며 개인 능력에 따라 월 4만~5만위안으로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월 4000~5000위안도 있는 등 편차가 크다. 예술·컴퓨터 관련 자격증이나 심리상담 자격증이 있으면 보수가 오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어 능력이다. 해외 유학 경험이 있으면 우대한다.
중국 컨설팅 업체 마이코스가 조사한 2022년 기준 중국 대졸 평균임금이 5990위안(약 11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아동 성장동반사는 고소득자이지만 아동과 하루종일 붙어있어 노동시간이 길다. 반면 부모들은 비용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력을 부풀리거나 인증되지 않은 온라인 과정으로 심리상담 과정 등을 이수하고 아동 성장동반사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모의 불안과 긴 노동시간이 아동 성장동반사 출현의 배경으로 보인다. 중국 유일 전국 노조인 중화전국총공회 기관지 노동자신문은 3일 많은 “부모들이 바쁜 업무로 인해 아이와 동반할 시간이 없거나 아이들 행동이나 심리에 문제가 있어 도움을 받기 위해 아동 성장동반사를 고용한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요즘 부모들이 아이가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고 감성도 풍부한 아이로 자라길 원하는 것도 아동 성장동반사가 유행하는 배경으로 꼽았다.
2021년부터 실시된 사교육 금지 정책도 아동 성장동반사라는 ‘우회로’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교육 컨설턴트인 슝빙치 21세기교육연구원장은 “일부 가정이 아동 성장동반이라는 이름을 통해 우회적으로 아이에게 과외를 시키고 있다”며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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