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무의식을 이해하고 '전체의 나'를 파악하라

2024. 6. 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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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장정은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거나 통제하기 버거운 감정을 마주하는 순간 ‘내가 왜 이러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장정은 저자는 그 질문에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답한다.

서울대 종교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원을 거쳐 미국 드류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미국 NAAP에서 공인정신분석가로 인증받은 인물이다. 현재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정신분석심리상담학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에는 내담자들의 허락을 받고 각색과 수정 작업을 거친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있다. 아울러 내담자들을 대하면서 겪은 저자의 ‘역전이’ 고충도 소개한다. 독자들이 읽으면서 자신을 대입시켜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사실 우리는 ‘나’로 살아가면서도 ‘나’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별로 없다.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필요를 못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를 바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내가 생각하는 나’는 전체의 내가 아닐 수 있다”고 전제했다.

‘전체의 나’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인식하지 못하지만, 개인의 감정과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숨겨진 영역, 즉 무의식을 알아야 가능하다. 무의식을 알면 ‘별것 아닌 일에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내지?’ ‘왜 이 일을 계속 미루고 있지?’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는 것이다. 무의식을 이해해 나 자신을 잘 아는 것은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과도 관련이 있다.

정신분석은 전이에 대한 학문

자존감도 의식적 노력만으로 높아지지 않는다. 저자는 “내 무의식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나 자신을 깊은 수준에서 알 수 있고 비로소 건강한 자존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우울증은 왜 생길까. ‘마음을 억누르는 압력이 강해 내적 긴장과 갈등이 커지고 이를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때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우울’이다. 억압하는 힘에 대해 ‘지금 나는 우울하고 무기력해. 더 이상 너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라며 피한다는 것이다. 정신분석의 목표는 ‘억압의 힘을 점차 걷어내고 느슨하게 하는 데’ 있고, 그 억압을 완화하는 것도 결국 무의식으로 들어가야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심리 증상은 일시적 스트레스 때문에 생길 수도 있지만 대부분 겹겹이 쌓인 개인의 역사가 반영된 것이다. 마음에 큰 문제가 생겨 혼자 해결하기 힘들 때 전문 분석가를 찾아가 치료받는 게 좋다. 내담자가 분석가에 대해 갖는 느낌을 ‘전이’라고 한다. 정신분석을 ‘전이에 대한 학문’이라고 부를 만큼 중요한 개념이다. 과거에 느낀 특정한 감정, 혹은 날 때부터 무의식에 새겨진 정서를 현재의 다른 대상에서 다시 체험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부모에게 가지고 있던 감정을 분석가에게 무의식적으로 전환 혹은 투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유년 시절 자신의 언행을 늘 못마땅하게 여기던 부모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 분석가 앞에서 말 꺼내는 걸 대단히 어려워한다. 그러한 면을 제거해나가면서 내담자는 조금씩 치료가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는 전이가 어떻게 무의식으로 향하는 방법이 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자기감을 위해 좋은 만남 필요

정신분석에서 새롭게 등장한 이론인 ‘자기감’, 즉 자신에 대한 주관적 느낌과 감각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자기감 역시 무의식과 연결돼 있는데, 자신에 대해 좋은 느낌을 비교적 잘 유지할 수 있다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좋은 느낌을 갖지 못하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어렵다. 자기감과 자존감을 높이려면 나를 돕고 지지하는 ‘이상화 대상’이 필요하다.

오늘날 사회는 사람들을 끝없는 경쟁 속으로 내몰고 있다. 그럴수록 내 마음에 공감해주고 존중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또한 내가 누군가를 공감해주고 존중해주어야 한다. 부모뿐 아니라 인생의 목표나 종교가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나는 약하지만 신은 지혜롭고 강하다’는 종교인의 고백이 그런 예다.

이근미 작가

장정은 교수는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를 통해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용기, 더불어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들을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마음이 치유되고 성장할 수 있는 관계의 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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