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파 탐사 후 심층분석만 1년…성공시 2035년 동해 석유생산
美 액트지오 심층분석 결과 놓고 5개월간 별도 검증…"신중에 신중 기했다"
(서울·세종=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1㎞ 심해에서 석유·가스가 부존할 가능성이 3일 정부 브리핑을 통해 공식 제기됐지만 실제로 부존 여부와 부존량은 향후 시추 과정을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정부는 향후 경제성 평가 확정 등의 과정을 거친 뒤 만약 성공할 경우 동해 심해에서 2035년에 석유·가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시추 작업 전인 만큼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석유·가스 생산을) 이룬 것도 아니고 아직 시작이며, 상업적 성공을 이뤄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포항 지역의 석유 부존 가능성은 1960년대부터 제기돼 왔다.
심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6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포항 석유 발견'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지만, 곧 '원유가 아닌 정제된 경유'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심해 탐사에 대한 기술과 자료 축적이 비교적 최근에 이뤄졌고, 1970년대보다 심해 탐사·분석 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지난 1966년 포항 앞바다를 시작으로 국내 해저자원에 대한 석유·가스 탐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한국석유공사가 공개한 '국내 대륙붕 탐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륙붕 석유 탐사는 1970년대 외국 석유회사들이 조광권(광물을 채굴·취득할 수 있는 권리)을 설정해 한정된 지역에 대해 간헐적으로 이뤄졌다.
1979년 석유공사 설립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대륙붕 탐사가 이뤄졌는데, 2022년 9월 말 기준 국내 대륙붕 석유탐사를 위해 총 11만6천549L-㎞의 2D(이차원) 및 1만589㎢의 3D(삼차원) 물리탐사와 48공의 탐사 시추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전을 발견하고 시추 등 과정을 거쳐 '동해 가스전'을 개발하기도 했다. 다만 동해 가스전은 2004∼2021년 약 4천500만배럴의 가스를 생산하고 가스 고갈로 문을 닫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기존 동해 가스전 주변을 포함해 특히 심해 지역에서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2월에는 동해 심해 탐사에 해당하는 8광구와 6-1광구 주변에 대한 자료가 충분히 축적됐다는 판단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인 미국 '액트지오'(Act-Geo)사에 심층분석을 의뢰했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액트지오 대표는 미국 해저학회 회장으로, 과거 엑손모빌(미국 종합 에너지사)에 있을 때 현시대 가장 큰 광구인 가이아나 광구 개발에 직접 참여한 사람"이라며 "심해 탐사의 권위자이고 실력과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신뢰를 표했다.
액트지오는 포항 일원 동해 심해 유망구조에서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부존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평가 결과를 지난해 말 정부 측에 통보했다.
정부는 이후에도 약 5개월에 걸쳐 해외와 국내 전문가, 별도 자문단 등을 통해 액트지오 측의 평가에 대한 신뢰성 검증을 받았다.
정부 관계자는 "석유 개발 과정의 첫 단계인 광권 확정에 이은 지진파 탐사를 했다"며 "그 결과 자료 분석에 1년이 걸렸고 이를 바탕으로 구멍을 뚫고 시추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12월에 (액트지오로부터) 결과를 받았지만 저희가 자체 평가도 하고 국내 자문단 검증도 하고 미국 최고 권위자를 다시 모셔 3중, 4중으로 계속 검증했다"며 "오늘 (발표)까지 오는 과정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동해 석유·가스 개발은 과거부터 계속 나온 얘기인데 지금은 확실히 무엇이 다르냐'는 취지의 질문에 "과거보다 (탐사·분석) 기술 수준 자체가 올라온 상태"라며 "축적된 자료에 대한 심층분석을 맡긴 결과, 성공률 자체가 생각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 오늘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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