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 VS 前 전공의 대표, 정부 의료정책 두고 '온라인 설전'
생명과학 분야 수능 '일타강사'인 윤도영 윤도영에듀 대표와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과장이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두고 며칠째 온라인상에서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3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윤도영 대표는 지난달 30일 올린 글에서 OECD 보건통계 2023과 행위별 수가제, 성분명 처방, 소아과 오픈런 등 의료현안과 관련한 총 8가지의 질문을 나열하고 "알면 알수록 한국의 의사들에게는 악마도 절레절레"라며 운을 띄었다. 그는 의대 증원만으로 '의료 개혁'이 끝나서는 안 된다며 △공공의대·국방 의대 설립 △의대 지역인재 입학생은 졸업 후 지역에서 특정 기간 근무 의무화 △혼합진료 시 본인부담률 100%로 상향 등 6가지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열등감에 찌든 의사 호소인들에 미리 얘기하는데 나는 1년에 건강보험료를 수천만 원 낸다"며 "위의 주장을 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에 여한솔 전문의는 자신의 SNS에 해당 글 캡처본을 공유하며 '반격'에 나섰다. 여 전문의는 "현실적인 의료시스템 1대1 맞다이(맞상대한다는 뜻의 은어) 까면 하나도 모를 것 같은데"라며 "인구 5만인 곳에서 한명당 5만원 받고 일하라고 하면 기쁜 마음으로 하실지 여쭤보고 싶네. 수업 듣고 1등급 못 맞으면 강의료 환불 5배수 조치당해도 OK 하실지"라고 윤 대표가 주장한 '지역 의무 근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건강보험료 많이 내는 것과 저 질문·주장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다는 건지 당최 모르겠다"면서 "과학을 주업으로 삼는 선생님과 같은 전문가에게 제가 인터넷으로 좀 주워듣고 '과탐 하나도 모르는 과학도 병신들아?!'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면서 맹비난했다.
그러자 하루 만에 또다시 윤 대표가 '맞불'을 놨다. 그는 자신의 SNS에 "여한솔 선생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국가가 의사의 행동을 일정 부분 제약하는 것은 면허라는 진입장벽 안에서 돈을 벌기에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여 전문의가 언급한 '1대1 맞다이'는 "저는 무한 경쟁시장에서 자수성가한 사람이라 감히 말씀드린다. 의사 그만두고 저도 강사 그만두고 다른 일 1대1로 맞다이 까시면 저보다 못 버실 것 같은데"라며 응수했다.
윤 대표는 "만 명 가까운 전공의 중 단 한 명도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하는 분이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요즘 학생들 말로는 '많이 짜치는 것(별로라는 뜻의 은어)' 같다"면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의 주인은 의사가 아니라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이다. 저 역시 의료 정책에 말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에 대한 여 전문의의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지난 2일, 여 전문의는 SNS에 지역 근무제 등 윤 대표가 처음 제안한 6가지 의료 정책을 하나씩 반박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 글에서 "헌법의 직업의 자유에 명시된 대로 근무 의무화는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처사인지, 합리적인지 여쭙는다"고 반문했다. 혼합진료 시 본인부담률 100% 상향은 "우리나라 진료 특수성상 급여 진료로만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비급여 진료가 혼용된다"며 "전 국민 건강보험 보장성은 어마어마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표가 성분명 처방으로 전환해 리베이트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지금도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시돼있어 걸릴 경우 어마어마하게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의사-제약회사 간의 리베이트가 약사-제약회사로 객체가 변하는 상황 외에는 바뀌는 게 없어 보인다"고 평가 절하했다.
여 전문의는 윤 대표의 반박 글을 언급하며 "제가 말씀드린 것은 '타 직역'을 비판하실 거면 공부를 더 하고 합리적으로 하시던지, 그게 아니라 본인 분야가 아니고 잘 모르면 함부로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숫자 몇 줄로 한 직역을 악마화했기 때문에 달려드는 것이지, 열등감에 찌든 것은 아니다"고 재반박했다. 끝으로 그는 "선생님 수업을 들어가면서 누군가는 의대 가려고 할 텐데, 그들에게 좀 부끄럽지 않습니까. '악마 집단'으로 보내려고 수능 1등급 맞추려고 노력하는 게 무언가 모순 같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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