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의 '물류센터 권고' 퇴짜… 정부, 폭염·야간노동 위험성 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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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과로와 폭염에 노출된 생활물류센터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정부에 권고했으나, 상당수 권고가 퇴짜를 맞았다.
관계부처들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거나 "일률적 규제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근로환경 개선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인권위는 국토교통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각각 물류센터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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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노동 대책도 "규제는 어려워" 답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과로와 폭염에 노출된 생활물류센터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정부에 권고했으나, 상당수 권고가 퇴짜를 맞았다. 관계부처들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거나 "일률적 규제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근로환경 개선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인권위는 국토교통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각각 물류센터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권고했다. 온라인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물류배송 속도 경쟁이 격화되어 야간 노동이 많아졌고, 택배·물류 종사자가 과로사하거나 가혹한 날씨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인권위가 나선 것이었다.
인권위가 지적한 부분은 크게 ①화재 취약성 ②냉·온열 질환 ③야간 노동 ③쉴 권리 등 네 가지였다. 그러나 앞의 세 가지 권고에 대해 관계부처는 ‘불수용’ 입장을 밝혀왔다. 예컨대 생활물류센터에 소방시설 설치를 완화 적용하거나 예외를 둔 현행 건축법 규정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했지만, 국토부는 “건축물 용도나 사용행태 등을 결정하는 건 지방자치단체가 허가권자”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이미 물류센터에서 여러 차례 대형 화재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책임을 미룬 것이다.
폭염 대책에 대해서도 소극적이었다. 인권위가 "매년 폭염과 한파가 심해지니 물류센터의 냉·온방 장비 설치를 위해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하자, 국토부는 “주무부처가 고용부인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미뤘다. 고용부는 폭염일 경우 매시간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사업장별 위험성 평가를 위한 이행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에 대해 “폭염 상황은 사업장 작업환경 등에 따라 건강위험 정도가 다를 수 있어 휴게시간 부여 및 냉방장치 설치를 일률적으로 법으로 규정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야간 노동에 대해서도 “사업장마다 근로조건, 환경, 개인의 건강 상태 등 변수가 각각 다를 수 있어 한도와 허용 요건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물류직 종사자의 과로사 중 상당수가 야간에 발생한 현실을 사실상 외면한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가산임금(야간근로수당)만 지급하면 제한 없이 야간 노동이 허용된다.
인권위 권고가 수용된 건 "택배서 종사자의 과로사 방지와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현행법령에 휴가를 명문화하라"는 것뿐이었다. 국토부는 “생활물류산업서비스발전법에서 위임한 표준계약서에 휴일 및 휴가 등 쉴 권리 보장을 명시하겠다”고 답했다.
정부의 이런 소극적 제도 개선 의지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물류센터는 단기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전한 근로 환경을 마련되는 게 먼저”라며 “현장 상황이 각기 다르겠지만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면 정부가 나서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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