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1조 4천억 달러' 석유·가스가? 대통령 직접 발표에 기대감 높아져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6. 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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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프링]
 
동해 심해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에너지 자립과 함께 수출도 가능한 실질적 '산유국'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높다면 언제쯤 실현될까요?
 

무슨 상황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이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석유와 가스 매장 추정치만 최대 140억 배럴입니다. 윤 대통령은 유수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면서 최소 다섯 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내년 상반기까지 탐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통령에 이어 브리핑에 나선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물리 탐사는 객관적 수준에서 다 진행해 검증까지 받은 상황이고, 실제 탐사 시추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 규모로 매장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한국석유공사가 동해, 서해, 남해에서 시추해 오다 동해 영일만 인근 심해에서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높은 수준의 확률을 확인했다는 설명입니다. 평가를 수행한 곳은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사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심해 평가 전문기관입니다.
정부는 석유·가스 추정 매장량이 최소 35억에서 최대 140억 배럴이라면서 가스 75%, 석유 25%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1990년대 후반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 넘는 규모로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세기 발견된 최대 심해 유전으로 평가되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자원량이 110억 배럴 규모인데 이를 능가하는 규모로 보입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0억 배럴을 원유와 가스 수입 평균 가격으로 환산하면 1조 4천억 달러 정도 된다"면서 "어느 정도는 국내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해외에 판매하게 될 건데 이는 석유공사의 수입과 정부 재정 수입으로 환원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발표 직후 기대감에 에너지 관련주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한 걸음 더

'포항 영일만' 일대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석유 발견 해프닝'이 있었던 곳입니다.

1974년 박정희 정부는 1차 석유 파동으로 물가 상승률이 20%대로 치솟자 석유 수급을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경북 포항시 인근 해역 시추에 착수했습니다. 3개의 시추공을 뚫고 진행하다 1975년 12월 한 곳에서 검은 액체가 드럼 한 통 정도 나왔는데 정부에 '원유 샘플'로 보고됐습니다. 박정희 정부는 1976년 1월 "포항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발표 당시 원유 샘플로 보고된 물질이 정말 원유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후 민간 정유회사가 진행한 성분 분석에서는 원유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원유라면 휘발유, 경유, 등유, 증유, 가스 등 여러 물질이 섞여 있는 것으로 나와야 하는데 경유 비중이 굉장히 높았다는 겁니다. 이후 발표는 해프닝으로 정리됐습니다.
 
포항 영일만 앞바다
 
한국은 지난 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전을 발견하고 시추 등 과정을 거쳐 '동해 가스전'을 개발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도 큰 기대가 이어졌지만 동해 가스전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약 4천500만 배럴의 가스를 생산한 뒤 가스 고갈로 생산을 종료했습니다. 세계에서 98번째 산유국이 됐지만 17년간 매출 2조 6천억 원, 순이익은 1조 4천억 원으로 개발 초기 큰 기대에는 못 미쳤습니다.
 

우려와 전망

이번 자료 조사 결과만으로 석유·가스 개발이 현실화한 것처럼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개발 성공률에 대해 "저희가 받은 자료에는 20% 정도로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석유·가스 개발 사업 분야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실패할 확률이 80%에 이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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