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데이터로 예방AI 개발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고자 관계기관들이 손을 잡았다. 실제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민간에서 사전예방을 위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지원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I·데이터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금감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965억원으로 전년보다 35.4%(514억원) 증가했다. 이 중 지급정지·구제신청을 받아 피해자에게 환급된 규모는 652억원이다. 피해자 수(1만1503명)는 전년대비 10.2% 줄었으나 1인당 피해액(1710만원)은 51.3% 급증, 1억원 이상 고액 피해(231명)가 69.9%나 늘어났다.
이번 협약에서는 보이스피싱 대응 협력체계에 개인정보위·국과수·KISA도 포함, 협업의 범위와 깊이를 대폭 확장한다. 특히, 금융당국 및 수사기관이 보유한 실제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가 보이스피싱 예방 AI를 개발하는 기업에 제공되도록 협력한다. 기업이 보이스피싱 예방 AI 기술·서비스 개발 시 금감원·국과수 등에서 보이스피싱 통화데이터를 제공받아 AI모델 학습과 성능 테스트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신고를 통해 수집한 통화 음성데이터를 과학수사 지원 목적으로 국과수에 제공하고, 국과수는 비식별화 등 전처리를 거쳐 해당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민간에 제공하는 데이터 공유체계를 구축한다. 개인정보위와 KISA는 데이터 제공·수집·이용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쟁점에 대해 법령해석·실증특례 등 규제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데이터 가명처리, 안전조치 이행 과정 등을 지원한다.
개인정보위·과기정통부·금융위는 다양한 보이스피싱 예방 AI가 개발될 수 있도록 통신·금융업계 협력을 지원한다. 관련법 저촉사항 없이 추진되도록 하고, 필요시 개인정보위 '사전적정성 검토제'도 활용한다.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기술에 대한 정부주도 연구개발(R&D) 사업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구체적인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지원하며,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규제 개선사항을 발굴하고 필요시 실증특례도 추진한다.
부처 간 협업의 첫 성과로 SK텔레콤이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AI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 서비스는 통화 문맥을 토대로 보이스피싱 의심 여부를 실시간 판별해 본인이나 가족에게 알림을 주는 기능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주요 키워드나 패턴을 탐지하는 것은 물론, 통화 문맥의 특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금융거래를 이유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행위 등 다양한 보이스피싱 상황을 즉각 인지하고 의심통화로 분류한다. 단순히 의심 회선을 차단하는 게 아니라 AI를 통해 통화내용을 분석해 보이스피싱을 탐지하게 됨으로써 빠르게 변화하는 범죄수법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SKT는 통화 데이터가 서버로 전송되지 않고 단말기 내에서 처리되도록 온디바이스AI 기술을 적용한다. 그동안 SKT는 이를 위한 소형언어모델(SLM) 구현 목적으로 금감원·국과수가 보유한 보이스피싱 통화데이터를 요청해왔다.
이에 국과수가 약 2만1000건의 통화데이터를 텍스트로 변환했고 개인정보위·KISA의 자문을 받아 피해자 이름·계좌번호 등 민감정보를 비식별처리해 SKT에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데이터 가명처리 등이 진행 중이며 이달 중 처리를 완료해 제공할 예정이다. SKT는 미세조정을 통해 모델 성능을 정교화하고 시제품에 담아 검증한 후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제공받아 모델 업데이트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최근 개인정보위는 통신사 등 여러 기업으로부터 보이스피싱 예방 AI 서비스 개발 관련 검토요청을 받았으며, 향후 금융위·과기정통부 등과 함께 긴밀히 논의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2025년 신종 보이스피싱 조기탐지 기술개발(R&D) 사업을 기획·추진 중이며, 개인정보위와 함께 기술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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