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구단들, 유독 PSR·FFP에 발목 잡히는 이유는[Q&A]

박효재 기자 2024. 6. 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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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레스터 시티 서포터가 구단 로고가 새겨진 깃발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몇 년 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이 재정 규정 위반으로 승점이 삭감되거나 벌금 징계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시즌 에버턴은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정(PSR) 위반으로 승점 삭감 징계를 받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울버햄프턴은 유럽축구연맹(UEFA)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을 위반해 벌금을 냈다. 2024~2025시즌 EPL로 복귀하는 레스터 시티는 PSR 위반 혐의로 최대 승점 15점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Q. PSR, FFP란 뭔가

A. PSR은 EPL이 도입한 규정으로 구단의 과도한 지출을 막아 지속 가능한 경영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구단이 일정 기간 특정 금액 이상의 손실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FFP는 UEFA가 도입한 규정으로 유럽 클럽 대항전에 참가하는 모든 구단에 적용된다. 이 규정을 적용받는 구단은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 스폰서십 계약 등의 수입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면 유럽 대회 출전 금지 등 제재를 받는다.

Q. 왜 유독 EPL 구단들이 많이 걸리나

A. 우선 세계 축구 선수들이 가장 선망하는 리그로 선수 이적료 지급 등 많은 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2022~2023시즌을 기준으로 EPL 구단들의 총 이적료 지출은 약 27억4000만유로(약 3조8634억원)로 유럽 5대 리그 전체 이적료 지출의 4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그 다음으로 많은 이적료를 쓴 프랑스 리그앙이 9억유로에 그쳤다. 특히 구단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수들의 이적료와 연봉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8월 EPL 브라이턴에서 첼시로 이적하며 리그 최고 이적료를 경신한 모이세스 카이세도가 첼시 유니폼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첼시 홈페이지 화면캡처



Q. 다른 요인은 없나

A. 과거 제재가 미흡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다른 구단들에 규정 위반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고, 재정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지 않게 만드는 배경이 됐다. 앞서 맨체스터 시티는 FFP 위반 혐의 등으로 UEFA로부터 유럽 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으나,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에서 이 처분이 취소됐다. 첼시는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18세 이하 선수 국제 이적 금지 규정 위반으로 이후 두 번의 이적 시장 동안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받았지만, 이 결정에 대해 항소했고 CAS가 일부 의견을 받아들여 징계를 절반으로 줄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있다. 경기장 수익 감소, 상업적 활동의 축소, 방송 권리 수익의 하락 등으로 구단 수입은 크게 줄었다. 반면 팬데믹 동안 구단들은 선수단과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로 비용을 지출해야만 했다. 의료 검사, 방역 작업, 추가적인 안전 조치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일례로 맨체스터 시티는 팬데믹 대응을 위해 1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지출했다고 보고했다.

영국 리버풀에 있는 에버턴의 홈구장인 구디슨파크 주변으로 팬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Q.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한 재정 규정 완화 조치는 없었나

A. EPL은 2019~2020, 2020~2021시즌 손실을 평균화했다. 단일 시즌 극심한 재정적 손실이 규정 위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다. 두 시즌의 손실을 합산하여 평균을 내고, 이를 기준으로 규정 준수 여부를 평가했다. 여기에 무관중 경기 증가로 인한 수입 감소는 손실 계산에서 빼 실제 손실이 아닌 것처럼 봤다. 이로 인해 에버턴의 승적 삭감 조치는 경감됐고, 첼시는 팬데믹 동안 선수 영입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지만 PSR을 준수할 수 있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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