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기적이냐, 지진 불씨냐…‘동해 석유 시추’에 민심 술렁

김규현 기자 2024. 6. 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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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대량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에 포항·경주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공 회장은 "그동안 포항 앞바다에 가스가 많이 매장돼 있어 대기업이 시추한다는 '설'만 나돌았는데, 대통령이 직접 발표해서 사실로 확인해줬다"며 "석유·가스가 나온다면 국가 전체에도 좋고, 관련 산업이 포항으로 몰리게 돼 제철 산업에 이은 '제2의 영일만 기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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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개된 유망구조 도출지역이 표기된 이미지. 연합뉴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대량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에 포항·경주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반기는 쪽은 유전·가스전 개발에 따른 산업 파급효과에 기대를 걸었고, 우려하는 쪽에선 어업 피해와 2017~18년 포항 지진의 악몽을 떠올렸다.

공원식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은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의 영일만 석유·가스 개발 추진에 대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공 회장은 “그동안 포항 앞바다에 가스가 많이 매장돼 있어 대기업이 시추한다는 ‘설’만 나돌았는데, 대통령이 직접 발표해서 사실로 확인해줬다”며 “석유·가스가 나온다면 국가 전체에도 좋고, 관련 산업이 포항으로 몰리게 돼 제철 산업에 이은 ‘제2의 영일만 기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포항시 관계자도 “석유·가스 채굴이 이뤄지면 우리 지역의 산업 지도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다만 어느 정도 규모로 매장돼 있고, 경제성은 어느 정도인지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페이스북에 “탐사와 시추를 구체화시킨다면 우리나라도 새롭게 일어나는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진행이 순조롭도록 경상북도에서도 노력하겠다”고 썼다.

하지만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환영’ 입장을 밝힌 공원식 회장 역시 “지열발전으로 인해 큰 지진이 일어난 게 불과 6~7년 전이다. 본격적인 시추 작업에 돌입하기 앞서 안전 문제를 철저히 검증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해안 마을인 경주 양남면 주민 배아무개(70)씨도 “바닷속이라도 땅에 구멍을 파면 지진이 많이 일어나던 곳은 더 위험해지지 않겠냐”며 “바닷가에 사는 우리는 지진이나 해일 피해가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지진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시추를 하면 소규모 지진은 당연히 일어난다. 핵심은 근처에 위험한 단층이 있느냐다. 지진의 위험도를 예측하려면 정확한 시추·채굴 지점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다가 주요 생활 터전인 어민들도 걱정이 크다. 김광철 포항어민회장은 “당장 시추를 어디에서 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좌표를 알아야 어민들도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해상 풍력발전에 석유 시추까지, 요즘 바닷가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했다. 포항수협 관계자도 “구체적인 시추장 위치나 파이프 방향을 어디로 뻗을지 등을 살펴봐야 어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정치적 배경’을 의심했다. 자신을 ‘포항 토박이’라고 밝힌 60대 ㅇ씨는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금방 노다지라도 터질 것처럼 선전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근데 돌아보면 다 정치적 목적의 이벤트였다. 이번에도 반신반의한다”고 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괜히 민생이 어렵고 경제 성적표가 좋지 않으니, 위기 타개용으로 발표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 방식도 아주 구시대적이다”라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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