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울린 ‘그놈 목소리’, 보이스피싱 잡는 AI에 쓰인다
통신사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할 때 수사 목적으로만 활용되던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감독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AI·데이터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러 국가기관이 보이스피싱 대응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서 기존에는 시도하지 못한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졌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신고로 수집한 통화 음성데이터를 국과수에 제공한다. 국과수는 해당 데이터의 당사자를 식별할 수 없도록 전처리해 민간에 제공하는 데이터 공유체계를 구축한다. 개인정보위와 KISA는 법령해석, 규제개선 방안 등을 검토해 데이터 활용을 지원한다.
이러한 협업의 첫 성과로 SK텔레콤이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AI 서비스를 개발한다. 해당 서비스는 통화 문맥을 토대로 보이스피싱 의심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해 본인이나 가족에게 알림을 주는 기능을 담을 예정이다. 통화에 나오는 키워드를 탐지하는 것을 넘어 맥락을 파악하게 되면 다양한 보이스피싱 상황을 바로 의심통화로 분류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범죄 수법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통화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전송되지 않고, 단말기 내에서 처리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적용해 보안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구현하는 소형언어모델(sLM) 개발을 위해 SK텔레콤은 관련 데이터를 정부기관에 요청해왔다. 현재 국과수가 약 2만1000건의 통화데이터를 텍스트로 변환해 피해자의 이름·계좌번호 등 민감정보를 비식별처리하고 있으며, 6월 중 처리를 마치고 제공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이 데이터를 AI 맞춤 학습에 활용하고, 시제품 검증을 거쳐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개인정보위는 다른 기업으로부터도 보이스피싱 예방 AI 서비스 개발 관련 요청을 받아 금융위, 과기정통부와 논의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2025년 신종 보이스피싱 조기탐지 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을 기획·추진 중이다. 이들 관계기관은 “신뢰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보안 체계를 갖춘 민간기업 등이 민생범죄 예방을 위한 기술 개발을 위해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를 필요로 하면 적극적으로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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