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없는 896승 명장' 김경문 감독 "2등은 내 아픔, 한화서 우승하겠다" 취임 일성 [현장 일문일답]
'가을야구 청부사' 김경문(66) 감독이 한화 이글스의 역대 14번째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명확한 목표 속에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이례적인 시즌 도중 취임식까지 가지며 많은 기대 속에 한화를 이끈다.
한화 이글스는 3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홍보관에서 제14대 김경문 감독 취임식을 개최했다. 박종태 신임 대표이사와 손혁 단장, 주장 채은성과 간판스타 류현진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화는 지난달 26일 최원호 감독과 박찬혁 대표이사의 동반 사임 이후 29일 새 대표이사를 선임했고 발 빠르게 움직여 일주일 만에 새 사령탑으로 김경문 감독을 선임했다. 통상 시즌 도중 감독이 교체될 경우 간소한 인터뷰만 진행하는 등 취임식은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한화는 KBO 통산 896승, 역대 최다승 6위에 빛나는 김경문 감독을 특별 예우했다.
이글스는 지난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 종료 후 보도자료를 통해 김경문 감독 선임 소식을 전했다. 계약규모는 3년간 계약금 5억원, 연봉 15억원 등 총 20억원이다.
한화 구단은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김경문 감독이 팀을 성장시키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한화는 감독 발표 보도자료와 함께 김경문 감독을 선임한 이유를 전했다. 구단 측은 " 현재 어수선한 선수단을 수습하고 구단이 목표한 바를 이뤄줄 최적의 역량을 보유하신 분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를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난 한화 팬들은 "팀에 대해서 잘 파악할 수 있는 열정적인 감독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상황에선 선수단을 하나로 장악하고 팬들 앞에 결과로 보여줄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구단 측에서도 이러한 요소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고 선수단 장악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김경문 감독을 택했다.
'구단의 목표'를 이뤄줄 최적의 역량을 갖췄다고도 전했는데 한화는 "감독 선임의 목표도 분명하다"며 "최근 상승세로 중위권과 큰 차이가 없고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감독님도 구단의 목표인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는 올 시즌 57경기에서 24승 32패 1무로 8위에 처져있지만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SSG)와 승차는 아직 4.5경기에 불과해 김 감독 취임과 함께 이어갈 6월 이후 행보에 따라 충분히 가을야구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문 감독은 팀을 가을야구권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14시즌 동안 KBO리그 팀들을 이끌며 입증했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 포수로 활약한 뒤 1994년 삼성라이온즈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3년 시즌 종료 후 두산 베어스 감독으로 선임돼 감독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김경문 감독은 2011년까지 8시즌을 보내며 6차례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그중 3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08년에는 베이징올림픽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9전 전승으로 올림픽 야구 종목 최초 금메달을 획득했고 2011년부터는 NC다이노스 초대 감독으로 선임, 1군에 진입한 2013시즌부터 2018시즌 중반까지 6시즌 중 정규리그 준우승 2회 등 총 4차례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14시즌 중 10시즌을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무려 71%에 달한다. 2011년과 2018년 시즌 도중 사임한 걸 감안하면 체감 가을야구 진출 빈도는 더 높게 느껴진다.
더불어 KBO 현장에서 6년 동안 떠나 있었다는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부분 중 하나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 대표팀을 이끌었으나 4위에 머물러 현장 감각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자아내고 있다.
김경문 감독도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떠나 있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잘했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 아쉬웠던 부분이 많이 생각이 났다"며 "아시다시피 2등이라는 것이 내 자신에겐 아픔이었다. 이곳 한화 이글스에서, 팬들과 함께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아가 카리스마형 지도자로 알려져 있는 그이기에 흔히 'MZ' 세대라 불리는 젊은 선수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호흡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팬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연수까지 마쳤다. 김 감독은 "미국에 가보니 선수층이 두껍고 좋은 투수 자원이 많았다. 마이너리그에도 시속 150㎞를 던지는 투수들이 너무 많다. 한국에도 그런 투수들이 많은데 특히 한화가 그렇다.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목표대로 한 발 한 발 걸어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예전보다 많이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 할지까지는 말씀드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형님 리더십과 아버지 리더십) 둘 다 필요하다. 때론 형님처럼, 때론 아버지처럼 선수들이 편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다가가겠다"고 전했다.
김 감독이 한화에서 펼치고 싶은 건 이기는 야구다. 그는 "지금 색깔을 강하게 하기보다는 내가 해왔던 것과 한화만의 장점을 섞을 생각이다.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 대전에 도착하니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좋았다. 현장을 떠나 있는 동안 여러 것을 경험했다. 한화는 성적이 떨어져 있지만 충분히 반등 가능성이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최강 응원을 보여주시는 한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취임사를 하면서 경험하면서 배웠다고 했는데.
▶ 현장을 떠나 있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잘했다는 생각은 안들더라. 아쉬웠던 부분이 많이 생각이 났다. 아시지 않나. 2등이라는 것이 내 자신에겐 아픔이었고 이곳 한화 이글스, 팬들과 함께 꼭 우승을 하고 싶다.
- 밖에선 본 한화라는 팀은.
▶ 앞으로는 젊은 선수보다는 나이가 있는 선수들을 더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기가 그렇게 많이 남지는 않았기에. 이런 부분은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차근차근 결정하겠다.
- 과거 미국 연수 시절에 쓴 칼럼에서 KBO 선수층을 고려하면 트레이드가 필수적이라고 했는데.
▶ 지금도 트레이드는 매우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 팀에선 잘 맞지 않지만 다른 팀에 가면 잘하는 선수들이 있다. 한 팀에서 선수가 자기 역할을 못하고 1년을 지나가는 것보다는 맞는 팀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조건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트레이드를 논하기는 이르다. 경기를 치르면서 차근차근 생각해보려고 한다.
- 한화의 문제점과 하려고 하는 야구는.
▶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 지금 색깔을 강하게 하기보다는 내가 해왔던 것과 한화만의 장점을 섞을 생각이다.
- 현역 최고령 감독에 올랐는데 올드스쿨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앞으로 계획은.
▶ 스태프와 미팅해보니까 야구계가 많이 변해있다는 걸 느꼈다. 처음 감독할 때는 40대 초반으로 어렸다. 지금은 최고참 감독으로 컴백했는데 책임감도 생긴다. 조금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속에는 여러 생각이 있지만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 한화가 유능한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부담감에 대해선.
▶ 감독이라면 오랫동안 잘해내고 싶지만 숙명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감독이다. 부담감보다는 내가 할 것과 생각한 것을 우선시하고, 미국에 가서 보니까 많이 달라진 점도 보였는데 그런 부분에서 스태프, 선수들과 남은 경기들을 차근차근 풀어가겠다.
▶ 선수층과 투수들이 좋은 자원이 많다는 것이다. 고우석이 고전하고 있지만 마이너리그에도 150㎞를 던지는 투수들이 너무 많다. 한국에도 그런 투수들이 많은데 특히 한화가 그렇다.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목표대로 한 발 한 발 걸어가려고 한다.
-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올해부터인지.
▶ 올해는 (승률 5할에서) 8개 정도 밑에 있는데 우선은 5할을 맞추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포스트시즌에 초점을 맞추고 그 다음을 생각하려고 한다.
- 과거 발야구를 많이 했는데 한화는 도루 숫자가 적다. 변화 생각은.
▶ (도루) 꼴찌를 하고 있더라. 점수 내는 방법은 다양한데 어느 팀이나 빠른 선수들이 많다면 강해질 수 있다. 한화도 빠른 선수들, 도루할 수 있는 선수들을 더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류현진과 좋은 인연이 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인사만 했다. 너무 반갑더라. 아직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못했다. 저녁에 (수원에) 도착해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다.
- 젊은 선수들 가운데 눈여겨본 선수가 있나.
▶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면 좋은 것이다. 내야수에도 좋은 선수들이 있다. 한화는 젊은 투수들이 좋다. 그 선수들을 바탕으로 강해지는 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팬들에게도 탄탄한 야구를 보여주는 팀이 돼야 하고 스태프들에게도 강조할 것이다.
- 뚝심의 야구로 대표되는데 이번에도 비슷할지.
▶ 변치 않는다고 생각한다. 88경기가 남았는데 선수를 믿게 되면 조금 더 기회를 주고 믿고 기다리려고 생각하고 있다.
- 한화에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어떻게 소통하려고 하나.
▶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예전보다 많이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 할지) 그것까지는 말씀드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 형님 리더십, 아버지 리더십 중 어느 쪽으로 봐야 하나.
▶ 둘 다 해야 한다. 때론 형님처럼, 때론 아버지처럼 선수들이 편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다가가겠다.
▶ 11살에 야구를 시작해 그라운드에 60세가 넘도록 있었다. (이번에 미국에 간 것은) 1990년에 미국에 가서 연수했고 그때와 많이 변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야구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마이너리그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 선수단에 강조하고 싶은 원칙은.
▶ 야구는 한 사람이 잘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팀워크가 필요한 종목이다. 팀이 어려운 때이니만큼 한 사람의 마음보다는 같이 마음을 모아 매 경기를 풀어가자고 이야기했다.
- 이전 팀에서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는데.
▶ 감독은 성적이 나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질 수도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끝까지 마무리하고 목표를 이루고 팀을 떠나고 싶다.
- 한화에서 가장 먼저 보완하고 싶은 문제는.
▶ 몇 가지 보완해야겠다는 건 알고 있지만 팀이 아픈데 굳이 그걸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고 스태프들과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겠다.
- NC에서 물러날 때 날짜가 오늘과 같은데, 특별한 소회는.
▶ 지인의 문자를 보고 그 사실을 알았다. 깜짝 놀랐다. (이런 건)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높은 곳에 있는 큰 분의 뜻인 것 같다.
- 코칭스태프는 그대로 간다고 발표됐는데 변화는 없을지.
▶ 스태프들이 선수들과 가장 가깝게 있었고 시즌 중반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을 동요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지금 스태프들과 마음을 모아서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한다면.
▶ 대표팀으로는 3년이고 (KBO) 현장 복귀는 6년 만인데 반갑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보니 실감이 난다. 부족하지만 한화가 더 강팀, 상대가 두려워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스태프, 선수단과 더 노력해 팬들에게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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