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전이 빠른 췌장암··· 특히 ‘이 유형’ 암세포 많을수록 경과 나빠
국내 10대 암 중 생존율이 가장 낮은 췌장암에 걸리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췌장암 세포가 성장·전이 속도는 유난히 빠르면서 치료 내성까지 잘 생기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양상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내 새로운 치료전략 개발로 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종균·박주경 교수, 영상의학과 이민우 교수, 메타지놈센터 김혜민 박사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이세민 교수, 정형오 박사 공동 연구팀은 췌장암의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 분석(scRNA-seq)’ 결과를 국제학술지 ‘분자암(Molecular Cancer)’에 게재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진은 췌장암 3기인 환자 6명과 4기 환자 15명 등 암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환자 21명에게서 얻은 췌장암 조직을 표본으로 분석을 실시했다.
췌장암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전이도 빨라서 10년 상대 생존율이 9.4%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다. 연구진은 췌장암 발병 시 체내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조기에 알아낼 수 있는 지표 개발을 위해 췌장암 세포가 진화·전이되는 과정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 결과, 췌장암 세포의 유형 중 특히 악성도가 높은 기저형(Basal-like)이 전체 암 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환자의 생존율을 단축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형 비율이 22%만 돼도 병세를 크게 악화시켰으며, 기저형이 36%에 또 다른 유형인 기본형(Classical) 비율은 56%였던 환자는 항암제 투여에도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다 진단 이후 5.3개월 때 사망했다. 반대로 기저형 없이 정상형과 기본형으로 조직이 구성됐던 환자는 치료 반응이 좋아 45.6개월간 추적 관찰이 진행됐으며 연구 종료시점까지 생존했다. 암세포의 빠른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들은 기저형과 기본형에서 모두 발견됐으나 개별 유전자의 세부적인 구성 비율은 서로 차이를 보였다.
또 기저형 췌장암 세포의 비율이 높을수록 전이 과정에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들이 억제되는 환경 역시 더 쉽게 만들어졌다. 암세포가 췌장에서 가까운 장기인 간으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도록 억제시키는 염증세포 집단 또한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암의 성장이 촉진됐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활용한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 분석 방법이 암의 발생과 진화, 치료 반응 등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들에 관해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박주경 교수는 “췌장암에 대해 분자 수준에서 이해를 보다 정확히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난치암이라고 지레 포기하는 환자들이 없도록 돌파구를 찾기 위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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