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에 선수 없다?…'세계 최강' 한국 양궁엔 '남 말'
양궁협회, 학교 체육 수업, 스포츠클럽 지원하며 유망주 발굴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저출생 흐름 속에도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유소년 선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4일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양궁(리커브) 등록 선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남녀 리커브 선수로 등록한 인원은 초등, 중등, 고등, 대학, 실업을 통틀어 1천808명이었다.
꾸준히 1천800명대 내외를 유지하다가 2019년 2천42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에는 1천619명으로 크게 줄기도 했다.
한국 양궁은 곧바로 선수층을 회복했다.
2021년 1천859명, 2022년 2천88명, 2023년 2천287명, 2024년 2천173명으로 2010년 중반보다 오히려 선수가 증가했다.
유소년(초·중·고교)으로 범위를 좁혀도 마찬가지다.
2015년 1천398명이던 엘리트 선수 수는 2022년 1천635명에서 2023년 1천733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올해엔 1천627명이 각 학교 양궁부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절대적인 인구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각 종목의 유소년 선수 규모가 감소하는 것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인식된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지원포털 종목별 선수현황에 따르면 유도 종목에서 학교 운동부 선수로 등록된 인원은 2024년 1천956명이다.
10년 전인 2014년 3천368명이던 학교 운동부 소속 유소년 선수는 3천300명 전후를 오가더니 2020년 2천941명으로 줄었고, 급기야 2022년에는 1천896명까지 내리막을 탔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등록 선수 수가 2천명이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국내 프로 스포츠 중 가장 많은 관중을 끌어모으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야구도 마찬가지다.
2015년부터 꾸준히 1만2천명 전후를 유지하던 유소년 선수 수는 2022년 1만622명, 2023년 1만184명을 거쳐 올해엔 9천508명까지 내려앉았다.
유소년 수영 선수 역시 3천명을 넘나들다가 지난해 2천509명, 올해 2천272명으로 지속해 감소했다.
양궁은 저출생 상황에서 어떻게 꾸준히 선수 풀을 늘려 왔을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에서 꾸준히 다관왕을 배출한 덕에 '효자 종목'으로서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건 사실이다.
다만 대형 이벤트가 끝나면 관심이 확 사그라드는 일이 반복돼왔다. 생활 스포츠로도 인기가 많은 종목은 아니다.
양궁협회가 학교를 통한 유소년 선수 유입과 발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선수층이 얇아지면 그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좁아진 저변은 곧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양궁협회는 2022년부터 전국 각지 초등, 중등, 고등학교 체육 수업과 학교 스포츠 클럽에서 양궁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문 강사를 파견하고, 수업과 클럽 활동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지원한다.
2022학년도 2학기에는 중학교 7개교에 4명의 강사를 파견했고, 총 285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2023학년도 1학기 중학교 9개교 438명, 2023학년도 2학기 중학교 11개교 938명으로 양궁을 접하는 학생 수가 크게 늘었다.
올해엔 초등학교 26개교와 중학교 16개교로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운영 금액 역시 지난해 3억5천만원에서 올해 6억5천만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
학교 수업에서 양궁의 재미를 맛본 학생들은 양궁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서 본격적으로 유소년 선수의 길을 걷는다.
양궁협회는 16개 시도 초·중학생 엘리트 선수에게 활과 화살을 지원하는 등 선수 육성에도 힘쓴다.
코로나19 영향이 있던 2020년에는 지원 금액이 1억6천만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4억원, 2022년 4억5천만원, 2023년 4억8천만원으로 매해 지원 규모를 늘렸다.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태극 궁사들의 모습을 본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양궁 수업과 클럽 활동을 통해 활을 접한 뒤, 양궁협회의 지원과 육성을 통해 다시 세계 최강의 신궁으로 거듭나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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