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응급실 찾는 경증 환자 다시 증가…정부 "이용 자제 당부"

강민성 2024. 6. 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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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환자 진료 불가' 안내문 놓인 응급의료센터. <사진: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가 장기화하면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의료계는 본인 부담금 상향 등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막을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응급실 전체 내원 환자는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인 평시 대비 줄었으나, 중등증(중증과 경증 중간)과 경증 환자가 다소 증가하는 추세다. 중등증 환자는 이미 3주 연속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인 평시보다 많은 수준이었고, 경증 환자는 평시의 82% 수준에 이르렀다.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는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인 2월 첫째 주 약 8천200여명에 달했으나, 같은 달 20일부터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면서 감소하기 시작했다. 3월 말에는 평시의 75%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들은 응급실에서 비응급·경증 환자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공지한 뒤 환자를 가려서 받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예전으로 되돌아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역시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가 늘어나는 데 우려를 표하며, 경증·비응급 환자의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증·응급 환자 진료를 중심으로 비상진료가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증 환자분들께서는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역시 "국민 여러분께서는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대형병원이 중증·응급 환자 중심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협조해달라"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발언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현장에서는 경증 환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 등 의료대란을 해결하려는 의지 없이 무책임한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특히 경증 환자의 응급실 방문은 근본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응급실 경증 환자가 전공의들이 나가기 전 수준과 거의 비슷해졌다"며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한 지 세 달이 넘어가자 결국 다시 대학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벌어진 초기에는 환자들이 대형병원 응급실에 가도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자발적으로 방문을 자제했는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잠시 참았던' 수요가 다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응급의료 이용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나 대책보다는, 환자들의 자율적인 선택에만 의존했던 것도 경증 환자의 응급실 방문이 다시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단순히 환자에게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식으로 일관하는 건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한다. 이 회장은 "경증으로 분류되는 두드러기 환자들도 한밤중 응급실을 찾아오는데, 현장에서는 경증이라고 해서 2차 병원으로 되돌려보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갈 곳이 없어서 온 환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작정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말하기보다는, 응급의료체계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한다.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실손보험 적용을 제한하거나, 본인 부담금을 올리는 방안 등을 도입하는 것도 고민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환자는 스스로 경증인지 중증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응급실 이용을 무작정 제한하기보다는 정당한 진료비를 내게끔 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경증 환자가 응급실에서 치료받고 퇴원했다면 응급의료관리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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