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찾은 접경지역 주민들 “오물풍선 해결책? 적대행위 멈춰야”
“최근 남과 북의 심각한 갈등으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 박태원씨는 지난달 29일 시작된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때문에 5일간 조업을 나가지 못했다. 박씨는 3일 “바다로 조업을 나가도 GPS상 배의 위치가 NLL(북방한계선) 북쪽으로 월선한 것처럼 표시되고 해도에서 어구를 찾을 수 없어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한창 바쁜 조업 철인데 남과 북의 긴장 때문에 어민과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의 ‘오물풍선’으로 이어지며 한반도의 군사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오는 4일로 예정된 서해안 해상 사격훈련이 또 다른 비극으로 연결될까 두렵다고 했다. 박씨는 “해상사격 훈련이 제2의 연평도 포격 사건 같은 상황을 재발시키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뿐”이라며 “남북 간 상호 적대 행위를 멈추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씨를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 살포와 군사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적대가 적대를 부르고 강경 대응이 강경 대응을 낳고 있는 가운데 접경지역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이 위협받는 것을 깊이 우려한다”며 “서로를 자극하는 적대행위를 즉각 멈추라”고 했다.
경기 파주시 주민 김민혁씨는 “지난달 28일 심야에 큰 경고음과 함께 삐라 추정 물체가 식별됐다는 긴급재난문자가 날아오면서 아파트 단지 카톡방은 물론 친구들까지도 ‘무슨 전쟁이라도 난 거냐’며 깜짝 놀랐다”며 “대남 풍선이 다수 떨어진 파주의 시민들은 요즘 같은 시절이면 큰 걱정을 안고 살게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남쪽으로 살포한 오물풍선은 약 980개로 파악됐다. 북한은 전날 대통령실이 각종 도발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히자 오물풍선 살포를 조건부로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와 접경지역에서의 군사훈련이 반복되는 이상 생존권 위협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심리전 확대나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확대는 오히려 접경지역에서의 충돌로 비화할 수 있는 자해적 조치”라며 “이 상황을 해결할 가장 확실한 해법은 정부가 이미 예고된 일부 탈북민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적극 단속하고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north-korea/article/202406022258005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022113005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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