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한 줄 서기' 왜 하나 했더니…예상 밖 '투쟁 방식' [김대영의 노무스쿨]
준법투쟁 유형 '다양'…"편법" 비판
노동계 "특근 집단 거부, 문제 없어"
경영계 "사실상 쟁의행위, 규제해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오는 7일 '집단 연차' 사용 방침을 공식화했다. 노조는 이를 '파업'이라고 표현했다. 역사상 파업이 한 차례도 없었던 삼성인지라 관심이 쏠린다. 전삼노는 전면 파업에 앞서 노조원들에게 집단 연차를 사용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집단 연차 사용은 노동계에서 '준법투쟁'의 일종으로 적지 않게 활용해 왔던 전략 중 하나다. 법령이나 사내 규정에 보장된 권리를 집단적으로 행사해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다. 집단 행동으로 정상적인 회사 업무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파업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준법투쟁, 배식 줄 줄여 점심시간 지연시키기도
노조가 파업 대신 집단 연차 같은 '준법투쟁'을 벌이는 것은 노동조합법 등의 제한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회사를 상대로 압력을 가할 수 있어서다.
파업 같은 쟁의행위를 하려면 노동조합법에 따라 찬반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해야 한다.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 회사뿐 아니라 노조 입장에서도 부담이 상당한 만큼 비교적 낮은 수위의 준법투쟁을 압력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준법투쟁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제조 현장에선 안전·보건 관련 법령이나 작업 규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방식으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방식도 '안전투쟁'이란 이름으로 회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꼽힌다.
특근 등 연장·야간·휴일근로를 거부하거나 집단 조퇴·생리휴가로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집단 사표를 던져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유형도 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여러 배식구를 사용하지 않고 일부에서만 배식을 받는 방식으로 점심시간을 늘리고 오후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활용된다.
경영계에선 준법투쟁을 '편법적인 쟁의행위'로 본다. 법에서 정한 사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실상 쟁의행위나 다름없는 집단 행동을 통해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계산된 꼼수"라는 지적이다.
전삼노가 선택한 집단 연차 사용 방식의 경우 사실상 쟁의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과거 "회사로부터 거부당한 요구를 관철시키고 회사의 정상적 업무를 저해할 의도로 근로자들에게 집단적으로 연차를 사용할 것을 선동하고 이에 따라 집단적 연차 사용과 근로제공 거부가 이뤄진 경우엔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삼노 사례는 이미 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여서 법적 걸림돌은 없는 상태다.
전삼노가 쟁의권을 얻고도 정식 파업이 아닌 집단 연차 사용을 선택한 배경과 관련해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노조원들 부담을 덜기 위해 집단 연차 사용으로 첫 걸음을 내딛은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준법투쟁 힘 실은 대법…노사 입장차 '뚜렷'
최근엔 준법투쟁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대법원은 앞서 쟁의행위가 제한적인 방위산업체(현대로템) 소속 노조가 특근 거부 방식의 준법투쟁을 한 사건에서 "쟁의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관행과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하면서도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는 준법투쟁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특히 산업현장에서 주로 활용되는 연장·야간·휴일근로 거부 방식의 준법투쟁일 경우 더더욱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쟁의행위란 정상적인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인데, 정상적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연장·야간·휴일근로 거부를 '정상적 업무 저해'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정기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법률원장(변호사)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개인이 거부했을 땐 아무 문제가 안 되기 때문에 집단으로 거부를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 당연하고 대법원도 이를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 관계자는 "준법투쟁은 법상 규정된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나 노조원 찬반 투표 등을 생략한 가운데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편법적 쟁의행위 형태로 많이 활용된다"며 "노조가 집단적으로 위력을 행사할 땐 법적 절차를 지켜야 하는데 준법투쟁도 이와 마찬가지로 쟁의행위 관련 규정과 제한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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