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 되는 법’ ‘MZ직원과 소통 방법’ 궁금하다면...
지난달 9일 광주광역시 남구 광주콘텐츠큐브 건물 한 사무실에서 20, 30대 남녀 7명이 “처음 뵙겠습니다”라 말하며 서로 명함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사실 이들은 처음 본 사이가 아니다. 모두 가상현실(VR) 콘텐츠 업체 ‘지니소프트’에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신입사원들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다.
이날 이들은 김도현(32) 지니소프트 대표의 제안으로 고용노동부가 운영하고 광주광역시와 광주경영자총협회가 진행하는 ‘직장 적응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명함을 줄 때는 상대방이 보기에 정방향으로 줘야 한다’ ‘받은 명함은 바로 집어넣지 않고 내용을 살핀 뒤 책상 위에 올려둔다’ 등 명함을 주고받을 때 올바른 방법에 대한 강사의 설명을 듣고 직접 상황극을 했다.
‘외부 손님이 오셨을 때’ ‘내선 전화를 받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예의범절도 배웠다. 입사 7개월차인 김영주(27)씨는 “연습 없이 이런 상황을 겪었으면 많이 당황했을 것”이라며 “명함도 악수처럼 상급자가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줄 알았는데, 아랫사람이 먼저 드리는 거란 걸 배웠다”고 했다.
고용부는 3월 중순부터 전국 중소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청년이 일하기 좋은 근로 환경 조성을 위한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사회초년생에겐 ‘직무 스트레스로부터 스스로 멘탈지키기’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 되기’ 등 취업 후 직장 적응을 돕는 교육이 위주다. 임원을 대상으로는 ‘MZ세대의 이해와 소통법’ 등 청년들이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교육하고 있다.
지역 청년의 취업과 직장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부가 올해 신설한 ‘청년 성장 프로젝트’ 일환이다. 3월 중순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전국 40여개 지자체에서 1049명이 참가했다.
이날 지니소프트에선 총원 28명 중 신입 사원 7명과 관리자급 직원 7명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지니소프트는 최고령 직원이 39세에 불과하고 전 직원이 2030인 젊은 회사다.
직원들끼리 나이는 비슷하지만 상사와 부하 직원이 일을 하며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여느 회사와 똑같다고 한다. 김도현 대표는 “직원들끼리 나이가 비슷해 소통이 잘 될 거라 생각하지만 아무리 수평적인 분위기를 지향해도 잘 안 될 때가 많다”며 “대표인 나도 의도한 대로 직원들에게 지시가 전달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신입 사원들이 수업을 들은 바로 옆방에선 관리자급 직원 7명이 수업을 들었다. 관리자 직원들은 휘하 직원들의 능력을 파악하고 공감,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날 관리자들이 배운 것 중 하나는 ‘정답을 제시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강사는 “부하 직원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가져왔을 때 ‘이건 안 돼, 시간 낭비야’ ‘내가 해봐서 알아’ ‘그만하고 나한테 넘겨’라고 말하지 말라”며 “대신 ‘내가 이렇게 했을 땐 통과됐는데 참고해봐’ ‘나라면 이렇게 할 것 같은데 좀 더 보완해봐’라고 말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한 참가자가 “그래도 결과물을 못 만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강사는 “그럴 땐 직원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를 먼저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관리자 수업을 들은 입사 6년차 조금비(30) 대리는 “나도 매니저가 처음이라 프로젝트 관리나 업무 분배를 잘 하고 있는지 혼란스럽다”며 “유튜브도 찾아봤지만 우리 회사 상황과 딱 맞진 않아 아쉬웠는데, 오늘은 같은 회사 동료와 수업을 듣다보니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이런 사업에 나선 것은 청년들의 선호도가 낮은 중소기업을 ‘일하고 싶은 회사’로 바꾸기 위해서다. 작년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복수 응답)로 낮은 연봉(55.3%)에 이어 좋지 않은 근로문화(29.5%)를 꼽았다.
취업 후 회사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 많지만, 영세 사업장에선 자체적으로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회사 적응 교육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을 줄이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니트족 청년은 2022년 37.4%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정부는 취업한 청년들이 직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올해 4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관련 프로그램은 고용24 사이트(www.work24.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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