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사직서 수리 적극 검토"··· 의정갈등 퇴로 만들어질까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 7.1%뿐
복귀 타진조차 지지부진한 와중에
상급종합병원장 건의에 검토 급물살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해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의료 공백 장기화에도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를 설득할 여지를 만들어 낼 지 주목된다. 정부의 전공의 복귀 노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내년도 의대정원에 대한 증원 절차가 마무리된 현 시점에서 사직서를 수리함으로써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일부라도 병원으로 돌아오게 될지 등 앞으로 흐름이 관심을 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일 브리핑에서 “사직서 수리 검토와 관련해서는 정부 내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빠른 시간 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들의 요구사항 중 증원 백지화 등을 제외한 제도 개선사항은 정책에 반영 중”이라며 “각종 명령 철회 등도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철회와 같이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20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의료현장을 4개월 가까이 떠나 있지만, 수련병원에서 정부 명령에 따라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다른 병원에서 의사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로, 향후 사직서가 수리되면 일반의로서 병원에 채용될 수 있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 계기는 최근 서울 시내 상급종합병원장들이 복지부와 간담회에서 이 같이 건의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긍정적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실장은 “병원장님들이 사직서 처리 권한을 갖게 되면 상당수 전공의들을 복귀시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병원장들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수 추계 기구 설치 등 전공의들의 다른 요구사항에 관해서는 “2025학년도는 (증원이 확정돼) 서로 협의할 내용이 없어진 상태”라며 “2026학년도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고, 거기에 참여해서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공의들을 위한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건 복귀를 타진하는 움직임이 별 성과가 없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복지부 집계를 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하고 있는 전공의는 879명으로 전체의 8.4%에 불과하다. 전공의들이 많이 근무해 온 100개 주요 병원으로 범위를 좁히면 출근율이 7.1%로 더 낮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을 복귀시키고자 각 수련병원에 요청한 개별상담의 결과 제출 기한을 지난달 29일에서 31일까지로 미뤘다. 전 실장은 “100개 수련병원에 자료를 요청해 그중 70% 이상이 자료를 제출했고, 현재도 취합 중”이라며 “이미 자료를 낸 기관들만 보면 (전공의 복귀) 응답률은 10% 이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사직서가 수리된다 해도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한 실정이다. 정부로서는 마땅히 내놓을만한 추가적 카드가 많지 않아 고민을 깊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 실장은 “복귀하는 전공의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 이탈 기간이 더 긴 전공의와 그렇지 않은 전공의는 분명히 차이를 둔다고 말해 온 만큼, 이 점도 포함하게 될 것”이라며 “빨리 복귀하면 수련과정을 그만큼 빨리 마치고 전문의 시험도 빨리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의사 국가시험을 분기별로 치를 수도 있다고 보는 관측에는 선을 그었다. 올해 제89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은 오는 9월 2일부터 39일간 치러질 예정이다. 전 실장은 “예정대로 추진하고, 추가로 분기별 시행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면 검토할 텐데 현재까지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다”며 “의대생들이 조기에 복귀해 2월에 졸업하면 원래 스케줄대로 시험에 응시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집단 휴학한 의대생의 휴학은 수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의 시험에 관해서는 “정부는 복귀한 전공의들에게는 불이익을 최소화해주겠다고 했다. 전문의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면 검토할 텐데 일단 복귀한 뒤에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 실장은 “전공의 여러분들의 개별적인 의사에 따른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로, 여러분을 기다리는 병원으로 조속히 복귀하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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