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넘어 역사 쓰려고 했는데… 작대기 직구의 한계인가, 日 투수 고비 넘길까

김태우 기자 2024. 6. 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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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을 예정인 기쿠치 유세이는 첫 10경기에서 호투했으나 최근 두 경기에서는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며 부진했다.
▲ 기쿠치의 첫 10경기 피안타율은 0.236,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12로 뛰어났지만 두 경기 부진으로 평균자책점은 종전 2.64에서 3.66까지 치솟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아시아 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일정 세력을 유지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고, 이중 몇몇은 남부럽지 않은 대접을 받으며 화려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당장 메이저리그 투수 계약 역사상 총액 최고 기록은 올해 LA 다저스에 입단한 야마모토 요시노부(3억2500만 달러)가 가지고 있다. 다나카 마사히로나 다르빗슈 유도 1억 달러의 벽을 넘겼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우완이었고, 아직 아시아 좌완 투수가 총액 1억 달러의 벽을 넘긴 적은 없다. 가장 근접했던 선수가 바로 류현진(37·한화)이었다. 2019년 LA 다저스 소속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를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자랑했던 류현진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연간 2000만 달러 대접은 후한 수준이었지만, 나이와 부상 전력 탓에 계약 기간이 4년에 그치며 1억 달러의 벽은 넘지 못했다.

류현진이 못한 1억 달러의 꿈을 꾸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기쿠치 유세이(33·토론토)다. 기쿠치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선발 중 하나다. 기쿠치의 올 시즌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5.4마일(약 153.5㎞)에 이르고, 최고 97~98마일까지도 펑펑 던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시애틀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당시부터 구속 자체는 인정을 받았다. 물리적인 구속이 빠른데다 익스텐션도 긴 편이라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 구속은 더 빨랐다.

기쿠치는 2022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3년 3600만 달러에 계약했고,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다. FA 대박을 노려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최근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의 인플레이션으로 평균 몸값이 3년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랐다는 것도 호재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32경기·167⅔이닝·11승6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한 기쿠치는 시즌 초반 잘 나가며 그 꿈을 향해 다가서는 듯했다.

실제 기쿠치는 시즌 첫 10경기에서 승운이 없었을 뿐 평균자책점은 2.64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볼넷이 줄어들었고, 여기에 기쿠치의 문제였던 피장타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는 기미를 보이며 승승장구했다. 첫 10경기 피안타율은 0.236,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12로 뛰어났다.

기쿠치의 포심 구속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고치를 찍는 등 자신의 장점이 더 살아났고, 여기에 올해는 커브의 비중을 높이면서 패스트볼과 주무기 사이의 구속 차이를 뒀다. 여기에 때로는 90마일(145㎞)에 이르는 고속 슬라이더를 언제든지 던질 수 있었고 우타자 상대로는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그런 기쿠치는 최근 두 경기에서 보완점을 남기며 고전했다.

▲ 기쿠치는 물리적으로 빠른 공에 긴 익스텐션까지 갖추고 있지만 패스트볼의 움직임이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쿠치는 5월 27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와 경기에서 3이닝 동안 안타 8개를 맞고 5실점한 것에 이어 6월 2일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와 경기에서는 5⅓이닝 9피안타 6실점(5자책점)으로 뭇매를 맞은 끝에 패전을 안았다. 첫 10경기까지만 해도 2.64로 준수했던 평균자책점은 두 경기 만에 3.66까지 치솟았다.

현지에서는 기쿠치의 문제로 역시 패스트볼을 지적하고 있다. 패스트볼 구속은 빠르지만 공끝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적어 많은 장타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00마일도 유행하는 판에 기쿠치의 패스트볼을 공략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기쿠치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284로 높고, 피장타율은 0.516에 이른다. 6개의 피홈런 중 5개가 패스트볼을 던지다 얻어 맞은 것이다.

기쿠치의 패스트볼 문제는 예전부터 계속 지적이 됐다. 구속 대비 위력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목소리였다. 기쿠치는 지난해에도 패스트볼 피안타율이 0.270, 피장타율이 0.412로 좋지 않았다. 헛스윙을 많이 유도하는 구종도 아니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구석이 더 오른 기미가 있음에도 장타를 곧잘 허용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이자니 볼넷이 문제다. FA 대박을 위해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난관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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