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를 이어온 우리춤…전쟁통 시작된 국악원과의 ‘오래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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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일 국립국악원에서 펼쳐지는 춤판의 이름이 '오래된 인연'이다.
당시 국립국악원 출범에 큰 도움을 준 인물이 부산 무용계의 거목 추강 김동민(1910~1999)이다.
전쟁이 발발하자 서울에서 국립국악원 개원을 준비 중이던 국악인들도 부산으로 피난을 떠나야 했다.
작고하기 직전까지 국립국악원에서 종묘제례악과 처용무 등 33종의 궁중무용을 전수했고, 부산 피난 시절엔 김동민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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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춤 4대 김동민·김온경·김율희·윤여숙
오는 5일 국립국악원에서 펼쳐지는 춤판의 이름이 ‘오래된 인연’이다. 뭔가 사연이 있음직한테, 6·25 와중이던 1951년 전시 수도, 부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립국악원은 그해 4월10일 부산에서 간난신고 끝에 첫걸음을 뗐다. 당시 국립국악원 출범에 큰 도움을 준 인물이 부산 무용계의 거목 추강 김동민(1910~1999)이다. 73년이 흘러 그의 딸과 손녀, 외손녀가 그 시절의 아름다운 뜻을 기려 마련한 춤판이다.
전쟁이 발발하자 서울에서 국립국악원 개원을 준비 중이던 국악인들도 부산으로 피난을 떠나야 했다. 당장 기거할 거처와 사무실을 구하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지역의 유지 김동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국립국악원 김영운 원장은 “김동민의 후원에 힘입어 전쟁 중에도 국악인들이 부산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고, 마침내 국립국악원이 부산에서 정식으로 개원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일본 메이지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당대의 엘리트 김동민은 조선의 춤과 노래를 아끼고 사랑했다. 부산 서구 토성동 자택에 민속무용연구소를 개설해 통영오광대 등 영남 일대의 다양한 민속 연희를 채록했고, 우리 춤과 가락을 보급하는 데도 앞장섰다. 우리춤에 대한 그의 열정은 딸 김온경(전 신라대 무용과 교수)과, 외손녀 윤여숙(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이수자), 손녀 김율희(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악 일무 이수자)를 통해 부산의 춤 맥으로 이어졌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을 구속한 김기수 전 검찰총장이 그의 아들이다.
이번 공연의 1장이 ‘심소 김천흥과 국악원의 춤’인데, 종묘제례악 일무(佾舞 ) 가운데 3곡을 선보인다. 조선 왕실의 마지막 무동(舞童) 김천흥(1909~2007)은 14살부터 아악을 배워 조선 궁중 무용의 정수를 전수한 인물. 작고하기 직전까지 국립국악원에서 종묘제례악과 처용무 등 33종의 궁중무용을 전수했고, 부산 피난 시절엔 김동민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이번 공연에서 안무를 맡은 김율희 예술감독은 일무 이수자인데, 김천흥의 춤맥을 이어받은 김영숙(일무 전승교육사)의 제자다. 김율희 감독은 “김천흥 선생님께 잠시라도 처용무와 춘앵전을 배울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피란길에 가족의 생계보다 의물과 악서, 악기를 더 소중히 챙기신 국악원의 여러 명인 선생님들께 큰절을 올리는 마음으로 춤을 준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연의 2장은 ‘추강 김동민과 춤4대의 춤’으로 채운다. 이 가운데 ‘추강여학’은 6·25 당시 김동민과 국악원의 만남과 인연을 손녀 김율희가 춤으로 만들었으니, 할아버지에 대한 헌정 무대다. 이번 공연엔 국가무형유산 처용무 이수자인 최병재와 김정집, 양명석, 노붕래, 안시향 등 전현직 국립국악원 단원들도 함께 출연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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