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산’ 업체가 해군 무인기도 낙찰…조사 지연 땐 납품

김덕훈 2024. 6. 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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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입찰'과 '중국산 기체' 의혹이 함께 제기된 육군의 430억 원짜리 감시정찰용 무인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 업체가 최근 해군의 또 다른 무인기 사업에 낙찰돼 논란이 예상됩니다.

해당 수직 이착륙 무인기 사업은 해군작전사령부가 지난 4월 5일 공고한 건으로 총 사업비는 3억원입니다. 최저가 입찰제 방식이었는데, 해당 업체가 2억 4천만 원을 써 낙찰됐습니다.

현재 해당 업체는 적격 심사를 받고 있는데 이달 중 적격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적격 업체가 되면 무인기 10대를 납품하고 대금을 받게 됩니다.

■ 군 당국 "부정당업자 되면 계약 파기"…방사청 "조사 시일 걸릴 듯"

KBS의 육군 무인기 입찰 의혹과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면밀히 조사하겠다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짓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KBS의 무인기 입찰 의혹 연속 보도 이후 방위사업청의 집중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방사청은 지난달 30일 설명 자료를 통해 "업체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 의혹이 제기된 만큼, 제기 의혹에 대해 철저히 확인 중"이라면서도 "조사에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방사청은 이 업체가 육군 무인기 입찰 과정에서 ▲중국산을 들여와 역설계한 것인지 ▲역설계한 경우 중국 제조사와 지식재산권 문제를 협의했는지 ▲중국산 기체를 들여와 그대로 시험평가에 사용하는 부정을 저지른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허위 입찰제안서 제출 가능성으로 방사청 조사를 받는 업체가 해군 무인기는 납품할 자격이 있는지를 해당 사업을 담당한 국군재정관리단에 물었습니다. 관리단은 "업체는 입찰 때 청렴계약 이행서약서를 제출한 상태"라며 "계약 체결 전 방사청으로부터 부정당업자 등 제재를 받는 경우 입찰 제한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업체의 해군 납품 여부는 방사청의 조사 속도에 달려있습니다. 방사청 조사가 장기화 될 경우 해군은 해당 업체를 적격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후 45일 내 납품까지 이뤄집니다. 중국산 의혹이 추후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해당 업체는 해군 무인기 사업을 수주해 실적을 쌓게 됩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육군 무인기 입찰 의혹과 관련해 "중국산 무인기 형상을 일부 참고했을 뿐, 자체 설계로 국내에서 생산을 완료했다"는 입장입니다.

■ 해군 무인기도 '중국산'?…사양서에 선명한 中유통사 마크

해군작전사령부의 사양서에 첨부된 무인기 사진 예시에 중국의 유명 드론 판매 유통사의 워터마크가 찍혀 있다.


그런데 해군의 수직 이착륙 무인기 사업 역시 중국산 무인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해군작전사령부가 사양서에 제시한 필요 무인기의 형상·제원이 중국산 무인기와 똑같다는 것입니다.

사양서에 첨부된 기체 사진을 보면 희미하게 워터마크가 보입니다. 식별 가능한 글자는 'FPV'라는 영문입니다. 중국의 유명 드론 판매 유통사 도메인의 마지막 세 글자로 파악됩니다. 다른 사진 역시 해당 중국 유통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중국산 무인기 AYK-250 기체와 형상이 거의 일치합니다.

제원을 보면 의심은 더 짙어집니다. 해작사가 사양서에서 요구한 무인기 제원은 전폭 2,500mm, 전장 1,260mm, 배터리 제외 무게 7.4kg. 탄소섬유 재질까지 요구했는데, 중국 유통사의 제원과 같습니다.

중국산 AYK-250은 현재 중국에서 한 대당 8,499달러(한화 약 1,180만원)에 판매 중입니다. 해군이 중국산 의혹 업체에 한 대 당 납품받기로 한 가격은 2,400만원 수준입니다.

취재를 종합하면, 해군이 특정 중국산 무인기를 염두에 두고 사양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산 구매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해군은 "해당 사업은 훈련 때 쓸 표적용 무인기 구매를 위한 것이다. 통신 보안 등의 문제가 없어 제조국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방위산업 하나 보고 비용을 쏟아 국산 무인기를 개발하는데, 군에서조차 중국산을 조장하면 어쩌자는 것이냐. 국내 산업은 중국에 잠식당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같은 국내 업체여도 자체 개발보다 값싼 중국산을 쓰는 업체가 방산 입찰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논란 업체 "자체 제작할 것"…설계에서 납품까지 45일이면 충분?

중국산 의혹 업체가 육군에 공급할 예정인 무인기의 평면 설계도와 중국산 AYK-350의 설계도는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중국산 의혹 업체는 육군 감시정찰용 무인기 사업 때 경쟁 업체보다 100억 원 이상 낮은 가격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 결과 해당 업체의 평면 설계도는 닮은 꼴인 중국산 기체의 설계도와 상당 부분 일치합니다. 수직이착륙 무인기 수익이 거의 없던 이 업체가 경쟁 업체보다 100억 원이나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가 중국산을 활용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가 육군에 납품하기로 한 기체명의 마지막 두 자리 표기는 '35'입니다. 여기서 35는 양쪽 날개 끝의 거리를 뜻하는 전폭 3,500mm를 의미합니다.

해당 기체는 중국 유명 드론 유통사들에서 판매 중인 AYK-350과 형상이 매우 비슷하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350' 역시 전폭 3,500mm를 뜻합니다. 해군이 사양서에 첨부한 것으로 보이는 AYK-250은 전폭이 2,500mm인데, AYK-250과 AYK-350은 연계된 자매품 격으로 전폭을 제외한 나머지 형상은 거의 같습니다.

논란의 업체가 육군에는 AYK-350과 유사한 기체를 생산해 공급할 예정인만큼, 해군 무인기 역시 AYK-250과 비슷한 제품을 납품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납품할 무인기가 중국산 AYK-250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업체에 납품 기체의 형상을 볼 수 있느냐 물었더니 "설계 중이라 제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해군에도 "무인기를 자체 제작해 납품할 것"이라고 업체는 밝혔습니다.

해군 무인기 사업은 중국산을 사와 납품해도, 자체 제작해도 성능 조건만 맞으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업체는 중국산 의혹을 의식한 듯 자체 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설계부터 납품까지 45일이면 충분하다는 업체 주장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보통 국산 무인기 하나를 직접 생산하는 경우 설계부터 제작까지 2년은 걸린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업체에 해군에도 중국산 AYK-250을 참고해 무인기를 납품할 것이냐 질문했지만 "완전히 다른 형상의 무인기를 제작할 것이다. 기술력이 충분하다"고 업체는 강조했습니다.

<육군 감시정찰용 무인기 입찰 의혹 단독·연속 보도>
① [단독] 육군 무인기 입찰 불공정 의혹, “시험평가단이 협박”…업체 폭로(뉴스9, 5월 27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73334)
② [단독] 선정된 무인기 도면 입수, 중국 드론과 '판박이'…안보상 위험은?(뉴스9, 5월 27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73334)
③ [단독] 평가관이 ‘고의 추락’ 제안 까지…의혹 관련 조사 착수(뉴스9, 5월 28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74344)
④ [단독] 방사청, ‘중국산’ 의혹 알고도 검증 소홀…전력 공백 우려(뉴스9, 5월 29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75516)
⑤ [단독] 정보 당국·국방부, ‘중국산’·‘입찰 의혹’ 조사 착수(뉴스9, 5월 31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77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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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훈 기자 (stand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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