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4. 6. 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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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는 한때 인기있는 제2외국어였다.

실제로 주요국 대사를 지낸 한 전직 외교관은 아프리카 공관 근무 시절 풍토병으로 자녀를 잃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북한과의 체제 경쟁이 한창이던 1960∼1970년대 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환심을 사는 데 큰 공을 들였다.

그런데 한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북한보다 훨씬 더 잘살게 되면서 대(對)아프리카 외교의 비중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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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는 한때 인기있는 제2외국어였다. 수많은 고교생들이 문화예술의 나라이자 강대국인 프랑스에 호감을 지닌 채 프랑스어를 배웠다. 그런데 영어와 더불어 프랑스어를 공부한 뒤 외교관 시험에 합격한 이들이 정작 해외근무를 나가야 할 때가 되면 “프랑스어를 못 한다”고 했다니 그 이유가 뭘까. 외교부를 오래 출입한 기자들에 따르면 ‘아프리카 소재 재외공관에 배치될까봐’가 답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 중 상당수가 과거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아프리카에선 프랑스어가 널리 쓰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탄자니아의 사미아 술루후 하산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난 어느 외교가 원로는 회고록에서 1960년대 아프리카 우간다 대사관에 갈 뻔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인사 발표 전 통보를 받고 “아이가 아직 어린데 의료 인프라도 빈약한 곳에서 근무할 순 없다”며 윗선에 통사정을 한 끝에 가까스로 우간다 발령을 피했다고 한다. 실제로 주요국 대사를 지낸 한 전직 외교관은 아프리카 공관 근무 시절 풍토병으로 자녀를 잃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험지(險地) 출마를 꺼리듯 외교관들도 이왕이면 선진국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우리 외교부가 아프리카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북한과의 체제 경쟁이 한창이던 1960∼1970년대 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환심을 사는 데 큰 공을 들였다.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룰 때 북한 말고 한국 입장을 지지해달라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한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북한보다 훨씬 더 잘살게 되면서 대(對)아프리카 외교의 비중은 떨어졌다. 더는 북한과의 체제 경쟁이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오늘날 한국과 수교한 아프리카 국가는 48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정작 아프리카에 설치된 우리 대사관은 18곳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와 이웃한 중동의 경우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18개국 가운데 딱 한 나라만 뺀 17개국에 우리 대사관이 개설돼 있다.

오는 4, 5일 이틀간 서울과 경기 고양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 개최하는 외교 행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간 기존 협력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하려는 상호 강력한 의지가 맺은 결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아프리카는 가장 젊고 어느 대륙보다 큰 잠재력을 가진 대륙”이라며 “금번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경제의 성장 동력인 아프리카와의 동반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한국 외교가 갈 길이 아직도 멀다’라는 교훈을 남겼다. 한국·아프리카 협력 강화가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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