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부동산 양도세, 존재의 이유는?… 美처럼 과세 이연 어떨까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2024. 6. 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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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가 4월 24일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개최한 부동산 세금 설명회를 찾은 주민들이 강사의 취득세 및 양도세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복덕방에서 흔히 오가는 흥정 패턴이 있다. 중개인의 일차적인 조율에 따라 대략적인 금액이 정해지면, 매도인이 ‘잠깐! 양도세 좀 알아보고 올게요’ 한다. 일주일 후 (물건이 크고 재산이 많을수록 양도세는 일반적으로 매우 복잡해서 세무사도 산출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매도인은 놀란 얼굴과 함께 매매 대금의 상당 부분을 양도세로 내야 하니, 1차로 조율된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팔아야겠다고 선언한다. 매수인은 지나치게 높아진 가격에 어이없어하며 아예 거래를 포기하거나 중개인의 개입하에 다른 방식(?)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차익 절반 가까이 토해내는 부동산 양도세

양도세 부과에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당연히 세수 확보의 목적이 크다. 작년 국세 수입 344조원 중에 양도세(36조7000억원) 비중은 10%에 달했다. 둘째, 투기적 목적의 부동산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서 단기 보유자에게는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장기 보유자에게는 낮은 세율을 부과한다. 투기적 구매를 억제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고, 실수요자가 주택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셋째, 부동산 가치 상승은 종종 소유자의 노력이 아닌 지역사회 개발이나 공공 인프라 개선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이루어진다. 양도세는 이러한 가치 상승분에 대해 사회와 정부가 공동으로 투자한 바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당화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적용되고 있는 부동산 양도세가 이와 같은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지는 개인적으로 매우 회의적이다. 징벌적 양도세로 인해 이미 많은 세원 잠식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 미 일리노이대 경제학 석·박사,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현재 중산층이 사는 전용면적 84㎡의 많은 수도권 아파트도 10억원을 넘고 10년이면 최소 두 배가 되는 걸 쉽게 목격해 왔다. 수년 전 신설된 최고 양도세 구간인 10억원 초과부터는 45%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지방세까지 더하면 절반을 토해야 하는 수준이다. 어차피 실현된 이익에서 납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세무 당국의 입장이지만, 일반적인 투자 상품들과 달리 실거주 공간이 있어야 한다면, 기존 부동산에서 발생한 자본이득의 반을 포기하고서 비슷하게 오른 다른 부동산으로 옮겨 타는 것조차 산술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것이 과연 양도세 존재의 이유인가.

양도세 중과세, 부동산 세수 확보에도 악영향

앞서 언급한 복덕방에서 벌어지는 흥정과 같이 많은 경우, 양도세에 의해 기존에 쌓인 자본이득 중 일부가 회수되는 수준을 넘어 거래 여부까지 영향을 미치면 세수 확보라는 일차원적 목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징벌적 양도세로 인한 거래 정체는 양도세뿐 아니라 사실 양도세와 버금갈 규모를 가지는 취득세(34조7000억원)에 더욱 큰 타격을 입힌다. 물론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따라 세율 구간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 할 수도 있지만, 그래 봤자 향후 양도세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정책적 불확실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매도·매수인 모두가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사실 세수 확보 차원에서는 낮은 세율로 넓은 세원을 확보하는 게 동서고금을 비롯해 가장 유리하지 않은가. 낮은 세율의 양도세는 더 많은 거래량을 촉발하고 이에 따라 실질 양도 세수는 늘어나는 게 현시점에서는 확실해 보인다. 사뭇 정책 당국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물론 과거처럼 거래 자체를 막아 가격 상승 현실화를 외면하려는 의도라면, 그 좁은 시야에 실망스럽지만, 이해는 된다.

하지만 직장에서 원하는 근무지가 끊임없이 변하고 아이들도 커가며 학군지를 찾아다니다 보면, 혹은 아이들이 독립하든지 가족 구성원이 바뀌면서 부동산의 손바뀜 수요는 언제나 발생한다. 그동안 살았던 집을 팔면, 비슷한 규모는 어렵고 다운사이징이 필수다. 그러다 보니 양도세 탈세의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서민이 아닌 자산가의 상업용 부동산은 양도세 과세표준이 쉽게 10억원을 넘기 때문에 이러한 유혹은 더하다.

예전부터도 다운계약서를 통해 부동산 거래 시 실제 거래 가격보다 낮게 신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세율이 높을수록 이러한 위험은 감수할 만한 모험이 된다. 세무 당국이 물론 나름의 적발 노하우를 갖고 있겠지만, 실제 거래액과 다른 금액이 명시된 두 개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중 계약서까지 쓰고 낮은 금액의 계약서로 세금 신고를 하고, 실제 거래는 높은 금액의 계약서에 따르면 무슨 수로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매번 이걸 어떻게 적발할 수 있을까 고민할 게 아니라, 아예 일탈의 유인을 적게 줘야 하는 게 아닌가. 고작 10%밖에 안 하는 부가세도 갖은 방법으로 회피하고자 현금 거래하는데, 50%에 육박하는 세율은 탈세의 유혹이 너무나도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부동산 양도 이익, 과세 이연 해볼 만

차라리 세율은 낮고 세원을 넓게 하는 방안의 하나로, 미국처럼 부동산 양도 과세를 이연해 주면 어떨까. 투자자가 특정 부동산의 매각 수익을 유사한 성질의 다른 부동산에 재투자할 경우 자본 이득세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부동산을 바꿔 갈아타는 것을 무기한으로 지속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투자자가 사망할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 당연히 큰 혜택이다. 세금을 연기함으로써 투자자는 더 많은 자본을 다른 부동산에 재투자할 수 있다. 이는 투자자가 세금을 납부했을 때보다 높은 가치의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도록 능력을 향상시킨다. 세금으로 인해 절약된 자금이 국내 부동산에 재투자될 경우 부동산 산업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으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초기 투자에 대한 수익률을 크게 높인다.

정부 세수 입장에서도 단기간엔 즉각적인 세수 감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부동산 가치의 상승으로 인해 적립되는 잠재적 세금 채무가 증가하여, 결국 더 높은 세수를 얻을 수 있다. 합법적인 세금 연기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부동산 소유자들이 세금 회피를 하지 않고, 관련 법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자본이득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세금이 제대로 징수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제도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그간 이연된 세금을 토해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가치가 더 높은 부동산에 재투자하거나 상당한 개·보수가 필요한 부동산을 선택한다. 이러한 활동은 부동산 가치를 높이고(이는 다시 잠재적 세수 기반을 증가시키고), 건설 및 부동산 관리 산업에서의 경제활동을 촉진한다.

물론 대한민국처럼 자본이득을 불로소득이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 사회 분위기에서는 사뭇 꺼내기 힘든 말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부동산 양도세가 다른 대접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 공모주가 아닌 다음에야, 어차피 거래되는 금액이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생산적인 방식으로 사용될 일은 없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차이가 있다면, 워낙 많은 개미가 주식시장에 몰려 있으니, 부동산 양도세에 비해서 금투세 유예로 인한 이해관계자가 더 많아 금투세 유예가 ‘표가 되는 정책’일 정도뿐이다. 주식 거래로부터의 자본이득은 보장받아야 하지만 부동산은 안 된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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