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테사’ 김형준 대표 | “미술품 조각 투자에서 토큰 증권으로…개인 직접투자 영역 확대”
“금융의 리테일화(개인화)는 큰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토큰 증권시장이 새로 형성되면 다양한 자산이 토큰 증권으로 거래될 것이다. 올해 안에 미술품 외에 다른 자산들도 조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김형준 테사 대표는 조각 투자 산업의 의의와 전망에 대한 질문에 “지금껏 평범한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하기 어려웠던 고가(高價)의 실물 자산도 쪼개서 투자할 수 있는 활로가 열리는 것”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테사는 2019년 설립된 미술품 기반 조각 투자 플랫폼이다. 조각 투자는 고가 자산의 가치를 잘게 쪼개 다수의 개인이 투자하고 이익도 공동으로 배분받는 투자 방식이다. 토큰 증권은 조각 투자에서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산의 지분을 가상자산(토큰) 형식으로 발행하는 증권을 뜻한다. 토큰 증권을 발행·유통하는 사업이 ‘STO(Se-curity Token Offering)’다.
테사는 미술품을 구매한 후 자체 플랫폼을 통해 지분 투자자를 모집한다. 향후 미술품의 가치가 오르면 경매 등의 방식으로 미술품을 팔고 차액을 지분에 따라 계산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1만원 단위의 소액 투자도 가능하고, 고액을 투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재 테사 플랫폼에 가입한 회원 수는 13만5000여 명에 이른다.
5년 전 서울 강남의 한 전시장 벽에 영국의 유명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두 작품 ‘거울에 모인 그림(Pictured Gathering with Mir-ror)’과 ‘초점 이동(Focus Moving)’을 걸어놓고 조각 투자를 모았던 게 테사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테사는 사업을 지속하며 지금까지 미술품 50여 점을 공모했다. 마르크 샤갈과 뱅크시의 유명 작품들을 중개해 미술계와 투자 업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5월 기준 총공모가액만 331억원에 달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테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조각 투자 플랫폼을 넘어 토큰 증권시장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문·설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다양한 자산과 사업이 토큰화되는 시장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융의 리테일화에 대해 언급했다.
“항공기나 선박 등 고가의 실물 자산을 개인이 투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러한 자산들은 기관이 주요 투자자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체 투자품을 쪼개 증권으로 변환하면 개인의 직접투자가 쉬워진다. 게다가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펀드를 만드는 등 다양한 파생 상품도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대체 투자 하면 부동산’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시야를 넓히면 다양한 물품을 투자 수단으로 공모할 수 있다. 테사는 미술품 공모로 금융 리테일화의 첫발을 뗐다.”
공대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기업에서도 개발 업무를 맡았다. 예술 관련 투자 회사를 창업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예술품에 대한 관심이 크지는 않았다. 테사가 세 번째 창업인데두 번째 창업한 회사가 미술 관련 사업을 했다. 신진 작가와 애호가를 연결하는 플랫폼이었다. 사업 파트너 역시 큐레이터 출신이었다. 당시 5년 정도 사업했던 경험으로 ‘미술품이 투자 수단으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했고 테사를 창업했다.”
투자를 중개했던 미술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21년에 공모했던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티 넷(Infinity Nets)’이라는 작품이다. 당시 23억원을 공모해 작품을 매입했는데 3개월 만에 26억원에 사겠다는 사람“2021년에 공모했던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티 넷(Infinity Nets)’이라는 작품이다. 당시 23억원을 공모해 작품을 매입했는데 3개월 만에 26억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3개월 만에 3억원의 수익이 났다. 가치가 20억원이 넘는 그림이 그처럼 단기간에 팔리는 건 예외적인 경우다. 미술품은 5년 혹은 10년 단위로 장기 투자하는 자산이다. 미술 시장이 활황기일 때는 단기 판매도 더러 일어나지만, 지금과 같이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길게 보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은 수익률이다. 투자 상품에 대한 수익률이 어느 정도 나오는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팔리기 전까지 각 그림의 수익률은 알 수가 없다. 다만 미술품 시장의 20년 정도 축적된 통계를 보면 1년 동안 13% 정도 가격이 오르더라. 투자 수단으로 미술품의 장점은 보유세와 취득세가 없다는 것이다. 기타 소득세는 있지만 양도하는 미술품이 6000만원 이하면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또한 6000만원 이상의 미술품이라도 일부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 같은 가격의 부동산을 거래할 때보다 세금 부담이 적은 셈이다.”
미술품 투자를 처음 하는 이들에게 안내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까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3개월 만에 팔렸다’고 말했지만, 이런 사례는 흔하지 않다. 우리가 다루는 미술품은 기본 가격이 20억~30억원대다. 이러한 고가 작품들이 팔리기 전에는 테사와 여러 매입자 간 수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계약 목전에서 철회되기도 한다. 미술품 투자는 5년 내지 10년을 두고 길게 봐야 한다. 또한 미술품 판매는 ‘선입선출(先入先出)’이 아니다. 테사가 먼저 매입한 물건이라고 먼저 경매에 내놓지 않는다. 그렇기에 빠른 수익 실현을 이루고 싶다면 분산투자를 추천한다.”
미술품을 투자 중개하는 사업을 하다 보니 미술계와 금융 투자 업계 모두 협업하고 있다. 주요 협업사를 소개한다면.
“미술계에서는 주요 기업들과 모두 협업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글로벌 최대 규모 경매사 ‘크리스티스’도 협업사 중 한 곳이다. 토큰증권 분야에서는 교보증권과 키움증권이 테사의 전략적 투자자(SI)다. 하나은행 및 NH농협은행과도 업무 협약을 맺어서 금융사들과 협업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에서 토큰 증권 인프라로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전까지 미술품 조각 투자에 사업을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토큰 증권을 위한 사업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토큰 증권 사업이 정착되면 규제 자문, 상품 설계 및 증권 신고서 개설,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등 여러 분야의 컨설팅이 필요하다. 조각 투자를 경험한 적 없는 회사 입장에선 미지의 영역이다. 토큰 증권 발행을 시도하면서도 관련 경험이 없는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기업 대 기업)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B2B 사업으로 전환을 생각한 동기가 궁금하다.
“미술품이라는 하나의 상품에 회사의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면 미술 시장이 불경기일 때 사업이 휘청일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상반기까지는 미술 시장이 활황이었지만, 그해 하반기부터 불경기가 닥쳤다. 이 때문에 미술품 외 다양한 자산을 중개품으로 도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토큰 증권을 발행하고자 하는 회사들에 솔루션을 제공해 직접 시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테사의 올해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분리해 설명한다면.
“올해는 미술품 외 다른 실물 자산을 조각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이려고 한다. 또한 투자 계약 증권을 공모하고 발행하는 데 필요한 B2B 솔루션도 출시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토큰 증권 거래가 상용화됐을 때를 대비해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만들고자 한다. 또한 향후 금융 라이선스를 취득해 직접 토큰 증권을 중개하는 사업까지 확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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