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일본 탐구 <52> 일본인의 알려지지 않은 정년 후 15가지 진실] 70세 2명 중 1명 일한다…작은 일로 ‘소확행’ 추구 고령자 등장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2024. 6. 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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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 일본 혼슈(본섬) 서쪽 끝자락에 있는 야마구치현으로 메이지유신 역사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에 자주 가는 편이지만, 갈 때마다 고령자의 일하는 모습에 놀란다. 이번에 이용한 전세버스 기사와 온천 호텔의 서빙 직원은 70세 안팎으로 보였다. 숙소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80대 노인도 만났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60대 후반 직원도 적지 않다. 도요타자동차는 5월 초 일손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업무 능력을 갖춘 시니어 사원의 재고용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65세 이상 재고용을 8월부터 모든 직종, 사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 회사 정년은 원래 60세이고 65세까지는 재고용 형태로 일할 수 있다. 그런데 인사 제도를 바꿔 재고용 연령을 70세까지로 늘렸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20여 년 일찍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2005년에 고령화율이 20%를 넘었고, 2023년에는 29.1%였다. 일본인 10명 중 3명꼴로 65세를 넘는 고령자라는 의미다. 평균수명은 남성 81.64세, 여성 87.74세다. 60세로부터 평균여명은 남성 24.2세, 여성 29.46세에 달한다. 보통 직장의 정년이 60세라고 할 경우 남성은 퇴직 이후 24년 정도를 더 살게 된다. 많은 사람이 정년 후에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이유다.

정년을 맞아 퇴직한 일본인이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을 만났다. 사카모토 다카시(坂本貴志)의 ‘정년 후 진실(ほんとうの定年後, 고단샤 현대신서)’는 2022년 연말 발간 후 1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방대한 통계 데이터와 고령자 사례를 모아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일본인의 정년 후 실태를 깊이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의 핵심인 ‘정년 후 일본인의 15가지 진실’을 소개한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전 일본 유통과학대학 객원교수,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저자

60~80세에도 현역으로 일하는 일본인

총무성 국세(國勢)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70세 남성 취업률은 45.7%를 기록, 두 명 중 한 명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새 여성 노동자의 노동 참가도 급속히 늘어났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정년 후 재취업한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현역 세대(이 책에서는 정년 후 사람도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현역이면서, 편의상 정년인 60세 미만 취업자를 ‘현역 세대’로 정의)는 그 실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정년 후 진실’에서 인용한 주요 데이터의 통계 기준 연도는 2019년이다. 2020~2022년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제 상황이 비정상적인 시기였기 때문이다.

일본 고령자는 왜 나이가 들어도 일하는 것일까. 각자의 모든 사정까지 알 순 없다. 경제적으로 생활하기에 충분한 여유가 있지만,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루하루 가계에 도움이 되겠다는 목적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연금 수령액이 부족해 일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울 만큼 핍박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카모토 다카시는 ‘정년 후 진실’에서 정년 이후 ‘작은 업무’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성취한 사람들의 모습을 전한다. 일본 사회의 일상에 정년 후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 업무가 필요하며, 실제로 이런 업무가 일본 경제를 버텨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인이 정년 후 마주치는 현실은 각양각색이다. 기업의 관리직이나 고도의 전문직에 취업한 뒤 계속 잘나가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현역 시절 업무를 통해 모은 저축으로 여생을 유유자적 보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고령자가 대부분이지만, 다른 형태도 많이 생겨났다. 정년 후 무리하지 않고, ‘작은 일’을 하며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일본인이 그들이다.

정년 후 연수입 300만엔(약 2640만원) 이하

일본에서 정년 후 연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국세청 ‘민간 급여 실태 통계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급여 소득자의 평균 연 수입은 436만4000엔(약 3840만원)이다. 조사 대상은 일본 내에서 일하는 모든 임금 소득자로, 풀타임 정사원과 파트타임 노동자를 포함한다. 임금 소득자의 평균 연 수입은 20~24세(263만9000엔·약 2320만원)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피크를 맞는 55~59세에 518만4000엔(약 4560만원)이다. 대다수의 임금은 정년을 맞는 60세 이후 큰 폭으로 줄어든다. 평균 임금 소득은 60~64세(410만7000엔·약 3610만원), 65~69세(323만8000엔·약 2850만원), 70세 이후 282만3000엔(약 2480만원)으로 떨어진다. 안정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선 경제적 안정이 필수적이다. 고령자 인구 증가에 발맞춰 정부가 이들의 노동 참가를 유도하면서 고령 취업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고수입을 거두는 절대 숫자도 늘어나고 있으나 정년 후 취업자의 평균 수입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임금, 정년 전 떨어진 뒤 정년 후 또 하락

60세 이후 취업자 전체의 연 수입 분포를 보면, 60대 전반 평균 수입은 357만엔(약 3140만원)이다. 상위 25% 소득은 450만엔(약 3960만원), 수입의 중앙치는 280만엔(약 2460만원)이다. 60대 후반 평균액은 256만엔(약 2250만원)까지 떨어진다. 상위 25% 소득은 300만엔(약 2640만원), 중앙치는 180만엔(약 1580만원)까지 감소한다. 정년 후 취업 실태를 요약하면 고령자 다수의 연간 수입이 300만엔 이하로 나타났다.

정년 후 비취업자인 사람, 다시 말해 수입이 ‘제로(0)’인 사람도 많기 때문에 고령자 전체에서 어느 정도 수입이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 소득분포 조사에 따르면 수입 피크는 정년 직전인 50대 후반이 아니고, 50대 중반으로 드러났다. 수입이 줄어드는 1차 시기는 보통 50대 후반에 찾아온다. 정년을 앞두고 직급 하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많은 기업이 직급 정년 제도를 만들어 임금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2017년 기준, 기업의 16.4%, 종업원 규모 500인 이상은 30.7%가 직급 정년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쓰는 회사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렇지만 직급 정년 제도가 없는 기업도 업무 이동에 따라 실질적으로 직급을 떨어뜨려 임금을 억제하는 등 임금을 줄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50대 후반이 되면, 조기 퇴직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사람이 나타나 개인의 연 수입 피크는 50대 중반으로 조사됐다. 제2차 임금 삭감의 파도는 정년 직후 찾아온다. 정년을 맞는 단계에서 회사에서 퇴직하거나 같은 회사에서 재고용으로 바뀌며 임금이 줄어드는 탓이다. 60~64세의 평균 임금 소득은 55~59세의 80% 정도다. 이는 여성 배우자 등 원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도 포함하는 수치이기 때문에 50대에 정사원으로 고수입을 벌고 있는 사람의 하락 폭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정사원으로 계속 근무해 온 사람으로 한정할 경우, 같은 근무 체계에서도 정년 직후는 정년 전과 비교해서 30% 정도 임금이 떨어진다.

‘일’과 ‘수입’에 대한 현명한 대응 필요

정년 후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수입이 줄어드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 수입은 정년 전후 불연속적이거나 일시적으로 감소하기보다 오히려 정년 전후 계속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년 후 촉탁 및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계속하는 사람도 나이가 들면, 수입이 줄어도 무리 없는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70세 시점에서 700만엔(약 620만원) 이상 연 수입을 벌어들이는 사람은 취업자 가운데 5.2%에 그친다. 연령과 관계없이 도전을 계속해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일을 계속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의 취업 기간이 연장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 추이를 보면, 정년 후 고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정년 후 고수입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령자가 현실적으로 ‘작은 업무’에 만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령화는 새로운 사회 현상이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일’과 ‘수입’에 대한 현명한 대응이 요구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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