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삼체’의 출발점…‘혁명’ 이름으로 집단 광기 사로잡힌 홍위병
역사와 문화를 파괴한 대규모 반달리즘
문화대혁명
리처드 커트 크라우스│강진아 옮김│ 교유서가│1만5000원│252쪽│4월 23일 발행
“문화대혁명은 중국인의 모든 삶을 지배했다. 그러나 결코 위대한 혁명이 아니었다.”
저자는 중국 문화대혁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문화대혁명을 ‘반달리즘(van-dalism·문화나 예술을 파괴하는 행위) 운동’ 이자 ‘집단 광기’라고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문화대혁명은 마오쩌둥(毛澤東)이 1966년 5월부터 1976년 12월까지 10년간 벌인 프롤레타리아(무산계급) 혁명이다. 문화대혁명은 낡은 사상과 낡은 문화, 낡은 관습의 타파를 부르짖었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의미의 문화혁명이라기보다는 ‘혁명’이라는 이름을 한 채 자국 문화를 자국민의 손으로 멸절시키려 한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운동이었다. 문화대혁명 운동은 전국적으로 격렬하게 벌어졌으며, 이 시기 중국의 많은 지식인이 희생됐고 오랜 문화재가 훼손됐다.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三體)’는 이 시기 홍위병(紅衛兵)이 지식인을 집단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학생들로 이뤄진 홍위병은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인 예저타이를 단상으로 끌어올린 뒤 ‘조반유리(造反有理·모든 반란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예저타이에게 자아비판을 요구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가르치는 것이 혁명에 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예저타이는 신념을 꺾지 않았고 결국 홍위병에게 구타당해 단상 위에서 숨을 거둔다.
미국 정치학자로 오랫동안 중국 정치를 연구해 온 저자는 △문화대혁명의 의의 △연극적인 제스처 △마오쩌둥 숭배 △정치적 갈등 △홍위병의 만행 △4구(四舊, 오래된 관습·문화·습관·사상) 타파 △장칭(江青)의 모범극(樣板戲) △자력갱생(自力更生) △4인방 숙청 △서구와 교류 등 키워드를 통해 문화대혁명을 세세히 파헤친다. 당시 문화대혁명의 타깃이 예술이었다는 점에서 저자는 그 시기의 예술과 표기(標記), 미학에 관한 서술도 상세하게 언급한다. 나아가 1960년대 고립된 중국과 오늘날 세계 강대국이 된 중국 사이의 연결고리로서 문화대혁명을 조명하고, 문화대혁명에 대한 서방 국가의 인식과 동시대 미국 사회에 대한 분석도 제시한다.
저자는 문화대혁명이 “결코 위대한 혁명이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문화대혁명은 정치적 위기감을 느낀 마오쩌둥이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발발했을 뿐이며, 결과적으로 경제·문화 엘리트와 공산당 지도부를 숙청하는 권력투쟁의 장이 되었다는 점에서다. 당시 공산당 주석은 마오쩌둥이었지만 행정은 류사오치(劉少奇)와 덩샤오핑(鄧小平)이 이끌고 있었는데, 마오쩌둥은 이들이 주장한 온건한 시장주의 개혁이 진정한 공산주의 혁명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마오쩌둥은 당 밖으로 손을 내밀어 대중을 동원했다. 마오쩌둥이 일으킨 집단 광기에 사로잡힌 10대 청소년은 홍위병이 됐고, 생애 처음으로 정치적 발언권을 얻게 된 이들은 혁명 운동에 열광적으로 응했다. 홍위병은 반동분자를 급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수용할 감옥까지 만들어 냈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에 들불처럼 번졌고, 마오쩌둥은 덩샤오핑을 비롯한 지도자를 축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문화대혁명은 지금까지도 중국 정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마오쩌둥의 경제 슬로건이었던 ‘자력갱생’은 2022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입에서 다시 나왔다. 그는 당 대회 폐막 후 상무위원에게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정신을 힘껏 알리라”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맞설 방안으로 자력갱생을 꺼내 들었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의 미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신흥 첨단산업 육성에 나섰다.
동물의 기억, 상상력, 의식에 대한 인문학적 시선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
데이비즈 M. 페냐구즈만│ 김지원 옮김│위즈덤하우스│ 1만9800원│296쪽│5월 8일 발행
반려견이 자면서 신나게 발을 움직이는 것을 보며 떠올렸을 질문. 동물도 꿈을 꿀까? 저자는 책에서 동물이 꿈을 꾼다는 다양한 실험 결과를 제시하고 그동안 여러 증거가 있었음에도 인간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점을 비판한다. 또 시간이 지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생긴 인식 변화를 짚고, 동물의 꿈을 의식과 상상력의 증거로 살피는 연구를 한다. 저자는 이를 철학의 영역으로 확장해 동물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50가지 행동경제학 실험과 발견
직장인을 위한 행동경제학
마티아스 수터│방현철 옮김│ 비아북│1만8500원│252쪽│ 4월 19일 발행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 막스플랑크. 그중 독일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집합재연구소는 공공재와 관련된 법, 경제, 정치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소장 마티아스 수터는 꾸준히 팀워크와 직장 생활의 행동경제학적 측면의 연구를 해왔다. 수터 박사가 본인의 연구를 포함해 직장 생활과 관련된 최신 행동경제학 실험 결과를 집대성해 50가지로 정리한 책이다.
평범한 세상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는 힘
매일의 감탄력
김규림│웨일북│ 1만6800원│232쪽│ 4월 10일 발행
마케터 김규림의 에세이. 그는 작은 것에 감동하고 평범한 하루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줄 아는 ‘감탄력’이 있어야 독특한 영감을 받고 삶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믿는다. 이외에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표현해 내는 ‘소화력’,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선택하고 집중하는 ‘균형력’, 인간관계의 가치를 높이는 ‘수다력’ 등 반드시 길러야 할 필수적인 ‘일상력’ 을 소개한다. 저자의 블로그 글 400여 편 중 엄선해 실었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성공 방정식
한 계단씩, 다 함께
성장현│푸른길│ 1만6800원│248쪽│ 4월 10일 발행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는 컴퓨터와 주변 기기의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다. 상세한 검색 필터를 적용해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만 골라 보여준다는 점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컴퓨터 가격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과 제품 동향을 한눈에 보여줘 마니아의 성지가 됐다. 한 걸음을 매우 신중하게 내딛고 한 계단씩 침착하게 올랐던 다나와 창업자 성장현의 22년간의 경영 이야기를 담았다.
합리적 선택과 문제 해결력을 위한 수학적 사고법
경제가 쉬워지는 최소한의 수학
오국환│지상의책(갈매나무)│ 1만8500원│308쪽│ 5월 3일 발행
경제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 경제적 자유가 삶의 새로운 목표로 떠오르고, 저성장의 시대가 계속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 책은 그 방법으로 수학적 사고법을 제안한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저자가 경제와 관련된 여러 복잡한 현상을 수학이라는 언어로 읽고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돈의 가치를 계산하는 문제부터 이익 극대화 방법까지 두루 살핀다.
신성한 경제: 종교가 부, 권력, 사람을 놓고 경쟁하는 방법
(The Divine Economy: How Religions Compete for Wealth, Power, and People)
폴 시브라이트│프린스턴대 출판부│ 35달러│487쪽│5월 14일 발행
21세기의 종교는 막강한 힘과 부를 지닌다. 수천 년에 걸쳐 경영 전략을 연마해 온 종교는 기업처럼 신도를 모집하고, 기금을 모으고, 예산을 집행하고, 메시지를 전한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종교를 영적 성취와 인적 네트워크를 위한 플랫폼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런 플랫폼 기능이 종교에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에 대한 경제학적 해석을 제시한 이 책은 아마존 문화인류학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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