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의 여행이라는 꽃다발 <37> 전북 장수] 금강의 발원지, 즐겁고 신나고 맛있다

최갑수 시인 2024. 6. 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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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는 말(馬)의 도시다. 짜릿한 승마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기분 좋은 트레킹도 해볼 수 있다.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飛鳳泉)까지 아기자기한 트레킹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논개가 장수 태생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논개사당(의암사)에서 우리가 몰랐던 논개에 대해 알아보자. 예상치 못한 행운처럼 만난 여행지. 그곳이 바로 장수다.

뜬봉샘에 ‘금강 발원지’라고 적힌 안내석이 세워져 있다. 사진 최갑수

짜릿한 승마 체험

전라북도 장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고원지대다. 해발 400~500m 고원 위에 분지 형태로 들어앉은 마을이다. 혹자는 ‘남쪽의 개마고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장수로 가다 만나는 집재, 비행기재 등 고갯길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수에서 승마 체험은 필수다. 장수 승마레저파크는 실외 마장, 외승 코스, 말 방목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체험마도 보유하고 있다. 승마 체험장에서 타는 말은 조랑말이 아니다. 서부극에서 보던 커다란 말이다.

오전 11시에 찾은 승마 체험장. 벌써 한 가족이 승마 체험 중이다. 말 등 위에 앉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의 눈이 살짝 겁에 질렸다. 앉은자리가 높기 때문이다. 말은 볼 때와 탈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말 등에 앉으면 바닥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말은 네 마리가 한 조를 이루어 트랙을 따라 돈다.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코치의 지시아래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한다. 처음 한두 바퀴는 조심스럽게 걷는다. 말의 움직임에 리듬을 맞추고 함께 움직인다. 그러다가 천천히 뛰기 시작한다. 이렇게 10여 분 지나면 슬슬 재미가 붙는다. 아이의 얼굴에도 재밌다는 듯 미소가 어린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말이 뛰는 리듬에 맞춰 함께 움직이면 30분 체험 시간이 후다닥 지나간다.

승마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탁 트인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승마 체험장 앞에 자리한 커다란 트로이 목마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육십령 자락에 자리한 렛츠런팜 장수목장은 드넓은 초지가 펼쳐지는 곳으로 그 풍광이 강원 평창의 대관령 목장에 뒤지지 않는다. 승마와 말먹이 주기, 트랙터 타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논개의 붉은 마음

장수에서 꼭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논개의 생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논개에 대한 기록은 ‘진주의 관기이며 왜장을 안고 남강에 뛰어들었다’가 전부다. 하지만 장수에서 듣는 논개 이야기는 다소 의외다. 논개는 성이 ‘주’씨고, 현감의 후처가 된, 몰락한 양반가의 딸이다.

“주논개 선생님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훈장을 하셨어요. 그러니까 천한 집안의 자식이 아니랍니다.” 해설사의 설명이다.

논개는 원래 양반가의 딸이었다. 아버지 주달문이 사망하고 집안이 어려워지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논개와 함께 시동생 집으로 들어간다.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 시동생은 어린 나이지만 미모가 출중했던 조카 논개를 김풍헌이라는 부잣집의 민며느리로 팔아버린다.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알고 논개를 피신시켰지만 결국 계약 위반으로 잡혀가 현감 앞에 가서 재판받게 된다. 이때 논개와 논개 어머니를 구명한 현감이 바로 최경회다. 이를 계기로 논개와 그 어머니가 최경회의 집에서 허드렛일하며 살다가, 이후 열여덟 살이 된 논개는 부인을 잃은 최경회의 후처가 된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최경회는 의병장으로 나섰다. 그는 1차 진주성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진주성이 함락되자 남강에 투신한다. 왜군은 이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촉석루에서 주연을 벌인다. 논개는 스스로 진주 관기로 등록하고 잔치에 참석한다. 술판이 벌어지고 취기가 한창 올랐을 때 논개는 왜적의 장수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진주성 남강 의암바위로 유인해 꼭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다. 많은 이가 논개를 진주 기생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녀가 태어난 곳은 전북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다. 마을 들머리에 생가가 복원되어 있고, 기념관도 만들어져 있다. 생가 뒤로 마을이 자리한다. 주씨 집성촌이어서 주촌마을로 불린다. 마을은 아담하고 예쁘다. 굴피(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삼나무 등 두꺼운 나무껍질)와 죽데기(통나무의 표면에서 잘라낸 널조각)로 만든 전통 주택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어 구경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레방아, 디딜방아도 구경할 수 있다. 장수읍 두산리에는 논개사당이 있다.

최갑수 시인,여행작가‘우리는 사랑아니면 여행이겠지’‘밤의 공항에서’저자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최경회는 의병장으로 나섰다. 그는 1차 진주성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진주성이 함락되자 남강에 투신한다. 왜군은 이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촉석루에서 주연을 벌인다. 논개는 스스로 진주 관기로 등록하고 잔치에 참석한다. 술판이 벌어지고 취기가 한창 올랐을 때 논개는 왜적의 장수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진주성 남강 의암바위로 유인해 꼭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다. 많은 이가 논개를 진주 기생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녀가 태어난 곳은 전북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다. 마을 들머리에 생가가 복원되어 있고, 기념관도 만들어져 있다. 생가 뒤로 마을이 자리한다. 주씨 집성촌이어서 주촌마을로 불린다. 마을은 아담하고 예쁘다. 굴피(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삼나무 등 두꺼운 나무껍질)와 죽데기(통나무의 표면에서 잘라낸 널조각)로 만든 전통 주택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어 구경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레방아, 디딜방아도 구경할 수 있다. 장수읍 두산리에는 논개사당이 있다.

땀을 흠뻑 쏟는 트레킹 코스

장수는 금강이 시작되는 고장이다. 장수읍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8㎞ 정도를 가면 수분재(水分峙)다. 예전에는 재 한가운데 외딴집이 한 채 서 있었는데, 비가 오면 지붕에서 남쪽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섬진강으로 흘렀고, 지붕에서 북쪽으로 떨어지는 물은 금강으로 흘렀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한다.

수분재 뒤편 계곡을 따라가면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을 찾을 수 있다. 뜬봉샘 생태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2㎞ 산길을 따라가야 한다. 나무 데크로 정비를 잘해 놓았지만 제법 경사가 있어 땀을 쏟아야 한다. 샘에는 ‘금강 천리 물길 여기서부터…’라는 표지가 서 있다. 여기서 시작된 물줄기가 진안, 금산, 보은, 공주, 부여, 군산 등을 거쳐 서해로 흘러간다.

뜬봉샘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와 얽힌 설화가 있다. 이성계가 천지신명의 계시를 받으려 이곳에 단을 쌓고 백일기도에 들어갔는데 백일째 되는 날 봉황새가 무지개를 타고 나타났다는 것이다. 황급히 봉황새가 뜬 곳을 가보니 풀숲으로 가려진 옹달샘이 있었고, 이후 봉황새가 떴다고 해서 샘 이름을 뜬봉샘으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덕산계곡은 장수의 진산인 장안산이 숨겨놓은 물줄기다. 초입에는 생수 등을 파는 작은 가게가 있는데 그 앞이 바로 계곡이다. 나무 데크 탐방로를 따라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는데, 초보자라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아랫용소, 용소 등 비경이 연이어 펼쳐진다. 숨을 쉴 때마다 청량하고 신선한 공기가 가슴 가득 밀려든다.

장수한우명품관은 장수 한우를 맛보기 가장 좋은 곳이다. 장수의 명품 한우를 냉장고에서 직접 골라 구워 먹을 수 있다. 가격은 일반 고깃집보다 저렴한 편이다. 산서면에 자리한 산서보리밥집은 맛있는 시골밥상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주메뉴는 보리 비빔밥으로 갖가지 나물을 넣고 비벼 먹는다. 묵국수도 맛있다. 시골 어머니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나봄리조트와 타코마장수리조트는 가족과 함께 묵기 좋은 리조트다. 방화동자연휴양림에서 오토 캠핑을 즐기려면 예약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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