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성장 역사를 부정한 판결에 유감···반드시 진실 바로잡겠다”

강병한 기자 2024. 6. 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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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 참석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 입장 밝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빈자예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노 관장에 재산분할로 1조3800억원가량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온 후 나흘 만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최고 협의기구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매월 1회 모여 그룹 차원의 공동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회의는 항소심 판결이 최 회장 개인을 넘어 SK그룹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만큼 그룹 차원의 입장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영진의 발의로 소집됐다. 회의에는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면서 “우선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인공지능(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룹 DNA인 SK경영관리시스템(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리 구성원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 모두 함께 따뜻한 마음을 모으자”며 “저부터 맨 앞에 서서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CEO들은 항소심 판결이 SK그룹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해온 역사를 훼손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부 CEO들은 SK그룹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고 반박했다. 또 일부 CEO들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SK그룹은 오는 25일쯤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도 항소심 판결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여야 지도부 등 국회의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2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을 열었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원,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SK그룹으로 흘러들어가 그룹 성장에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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