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일파만파…“발 뻗고 잘사는 가해자들” 공분
가해자 일하던 청도 국밥집 불법 영업 의혹 확산…시위 예고도
피해자 조롱하며 2차 가해한 인물 근무 중인 경찰서 게시판도 발칵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성폭행 가해자 중 한 명이 백종원 방문으로 유명해진 경북 청도군 한 식당에서 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일파만파하는 모양새다. 시민들은 해당 식당 건물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자체에 집중적으로 민원을 넣고 있다. 동시에 과거 가해자를 옹호했던 인물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 지역 경찰청과 경찰서 홈페이지에도 비난글이 쇄도하는 등 후폭풍이 덮쳤다.
3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중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이 재조명되며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당시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30대 박아무개씨가 최근까지 경북 청도의 한 식당에서 일했으며, 자신의 SNS를 통해 딸을 키우는 일상을 공개했다는 점에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박씨의 근황은 최근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가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락보관소 측은 해당 국밥집이 박씨 친척이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사업가 백종원이 직접 방문해 맛집으로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탄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나락보관소는 박씨 실명과 얼굴 사진을 공개하고 "사건을 주도하고 이끌었던 가해자, 일명 밀양에서 '대빵'이라고 불렸던 남성의 신상이 공개됐을까. 전혀 아니다"며 "오히려 다른 가해자들의 신상이 인터넷에 올라오며 시끄러웠을 때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남성은 얼굴도 공개되지 않고 혼자만 조용히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가 자신의 SNS를 통해 딸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을 적어놓은 점을 언급하며 "주동자는 현재 돈 걱정 없이 딸을 키우고 있다더라"며 "맛집으로 알려져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해당 식당에는 별점 테러가 매겨졌다. 식당 운영자의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박씨를 고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 않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재 식당이 운영하던 소셜미디어 계정 등은 모두 폐쇄된 상태다.
박씨가 일하던 국밥집이 '농지'로 분류돼 있으며 가설건축물 신고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불법 영업을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만일 군청 등에서 농지법 위반과 건축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등을 알고도 묵인했거나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지자체를 상대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겠다는 경고까지 나온 상황이다.
경찰도 직격탄을 맞았다. 경남 지역 한 경찰서 게시판에는 황아무개 경장에 대한 비난글이 폭주하고 있다. 황 경장은 이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성폭행 가해자를 두둔하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논란이 됐다.
황 경장은 2010년 경찰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2012년 2차 가해 사실이 알려지자 "고등학교 10대 시절 철모르고 올린 글이지만 피해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당시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황 경장이 10여 년 전 사건이 수면 아래로 다시 가라앉자 태연히 경찰로 재직해 온 점을 거세게 질타했다. 경찰서 게시판에는 "범죄자가 경찰로 근무하는 게 말이 되나" "여기가 밀양 성폭행 가해자 옹호하셨다는 분이 다니는 곳인가", "죄짓고 이름까지 개명한 사람이 경찰 하는 곳 맞나. 위장술 칭찬한다" 등 비판성 글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영상 댓글과 온라인에서는 박씨와 황 경장을 비롯한 가해자들이 피해자에 제대로 속죄하지 않은 채 일상을 영위하는 점에 분개하며 "가해자만 발 뻗고 잘 사는 세상" "가해자, 너네들이 사람이냐" "피해자는 아직 지옥에서 살 텐데 이럴 수는 없다" "끝까지 잊지 않겠다. 반드시 추적할 것"이라는 경고와 비난이 쏟아졌다.
한편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박씨 등 남학생 44명이 1년 간 울산에 살던 여자 중학생 1명을 집단 성폭행한 것으로, 가해자들은 '신고하면 영상과 사진 등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장기간에 걸쳐 범죄를 벌였다. 당시 가해자들은 1986~1988년생으로, 모두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에 2차 가해를 가한 사실이 확인돼 대중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은 10대 여중생은 가해자들의 부모로부터 협박과 회유를 당했고 살던 동네에서 도망치듯 이사를 간 후 학업조차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여중생의 부친이 가해자 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뒤 합의를 종용했고, 피해자와 몸이 불편했던 그의 모친은 사실상 아무런 피해 회복을 받지 못한 채 심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에 내몰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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