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차명 휴대전화 의혹 당사자와 5·18 묘역 참배한 송영길에 ‘우려’

김현지 기자 2024. 6. 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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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우려 표시에...재판부 “보석 기간 사건 관계인 만나지 말라” 당부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관련,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자료사진. ⓒ시사저널 최준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등과 관련한 혐의를 심리 중인 재판부가 보석으로 풀려난 송 전 대표에게 "보석 기간 사건 관계인들을 만나지 말라"고 당부했다. 송 전 대표가 석방 다음 날인 5월31일 5·18 광주묘역을 참배하했는데, 차명 휴대전화 의혹 등을 받는 당 관계자와 함께 한 장면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보석 다음 날 사건 관계인과 광주 묘역 참배"

검찰 측은 6월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 심리로 진행된 송영길 전 대표의 재판에서 이러한 문제를 거론했다. 검찰 측은 "송영길 전 대표가 보석 결정을 받고 나간 바로 다음 날 광주 5·18 묘역을 참배했다"며 "그런데 송 전 대표와 같이 자리한 강아무개씨는 송 전 대표가 차명 휴대전화 사용 의혹과 관련한 차명 명의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자체로 보석 취소를 말하지는 않겠으나, 오해 살 여지가 있거나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했다. 검찰이 지목한 강씨 등은 향후 재판에 증인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는 인물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언급한 분들이 추후 증인 신청할 분들이면 곤란하다"면서 "사건 관계인과 만날 때는 각별하게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영길 전 대표의 앞선 보석 1차 신청을 기각한 가장 큰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주요 증인에 대한 신문이 아직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운동 때문에 나가면, 곧바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데 조직이란 게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이고 이에 대해 (사건 관계인과 만날) 우려도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는 "강씨는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어 안 만날 수 없는 인물"이라며 "휴대 전화는 프랑스 활동과 압수수색 등으로 활동이 여의치 않아 임시로 썼던 것인데 다시 명의를 바꿀 계획을 하고 있다"고 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 1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상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2021년 3~4월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 등에 대한 6650만원 살포 과정 관여 ▲외곽 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한 7억63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 모금 혐의 등을 받는다. 재판부는 지난 3월 송 전 대표가 청구한 보석 신청을 기각했지만, 두 번째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 송 전 대표는 이에 5월30일 풀려났다.

재판부 "먹사연 후원금 한도 없다고 왜 설명했는가" 추궁

재판부의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배석 판사가 오전 재판 말미 이날 증인으로 나온 지역 사업가 조아무개씨를 향해 직접 신문을 진행, 송영길 전 대표의 외곽 조직의 성격을 추궁했다.

조씨는 지역 인사들에게서 후원금을 모은 인물로 지목됐다. 2019년 12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함께 '먹사연'의 지역 조직 '대전·세종의 길 포럼' 설립에 참여했다. 

특히, 건설업자 형아무개씨에게 단체를 소개하며 기부를 제안했다. 조씨와 형씨는 송영길 전 대표의 당대표 선출 이후인 2021년 8월엔 여의도 소재의 한 사무실에서 송 전 대표를 만났다. 형씨는 이로부터 한 달 뒤인 9월 다른 사람의 명의로 3000만원을 먹사연에 후원했다. 두 사람은 후원 직후 대전 모 호텔에서 송 전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조씨는 201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송 전 대표 캠프의 대전 특보(특별보좌관)를 지내기도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민주당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 대전 사무처장을 지냈다.

형씨는 앞선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조씨가 2021년 8월 만찬 자리에서 '형씨가 먹사연에 도움주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먹사연이 정치색을 띈 단체"라고 했다. 조씨는 이와 관련한 검찰과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단체는 동서화합 등의 좋은 취지를 가지고 출발한 모임"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우배석 판사는 재판 말미 "형씨에게 단체 회원 가입과 후원금을 설명할 때, 기부금 한도가 없고 법인명으로도 기부할 수 있다는 제안을 왜 한 것이냐"라고 추궁했다. "먹사연의 목적이 (조씨의 설명대로) 정치발전이나 좋은 정책 개발 기구라면 공직선거법상 개인 정치인에 대한 기부 한도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단체가 송영길 전 대표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을 알았던 것이 맞지 않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면, 형씨 입장에선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니 그러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 말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조씨는 이에 대해 "기업가들은 일반적으로 후원금을 내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이 단체(먹사연)는 통일부 등록 단체라 한도도 없고 영수증 처리도 된다고 설명해 마음을 편하게 하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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