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 오물풍선 소동…'심리전 도발' 파장, 미사일보다 컸다
"가성비 높은 수단…남한 행동 따라 추가 도발 가능성 높아"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닷새간 두 번에 걸쳐 '오물풍선'을 남쪽을 향해 살포했다. 풍선이 싣고 온 심리적 도발의 크기는 비슷한 시기 감행된 군사정찰위성·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적 도발보다 컸다는 평가다.
3일 북한 국방성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살포한 오물풍선은 총 3500여 개, 15톤(t) 규모다. 오물풍선은 접경 지역뿐만 아니라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으로 퍼졌고, 이에 따라 여객기 운항에 차질이 생기고 차량 파손·화재와 같은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오물풍선은 담배꽁초, 폐종이, 천조각, 비닐 등 생명에 직접적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오물·쓰레기로 구성됐다. 그럼에도 미사일·위성과 달리 국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거나 풍선을 목격하게 되면서 체감하는 효과는 더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종 SNS에 풍선 관련 목격담과 영상, 사진이 다수 게재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물풍선의 심리적 파장이 컸던 것은 우주로 쏘아 올리는 위성이나 바다에 떨어지는 미사일 도발과 달리 학교, 도로, 차량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간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폭발물이나 생화학무기가 탑재됐다면 국민 불특정 다수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살상무기가 될 수 있었다.
특히 과거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는 휴전선 일대 주민들의 문제에 국한됐던 것에 반해 이번 오물풍선 살포는 전 국민의 일상을 위협했다는 게 전문가들이 꼽은 이번 도발의 특징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과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대남전단을 보낸 경우가 있지만 내륙 깊숙이, 일상 현장 곳곳에 뿌린 경우는 처음"이라며 "생화학 무기, 폭탄, 세균 등 다양한 방식의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이 우려를 가져왔다"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정찰위성은 무기로서의 위력은 있으나 국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소는 아니었다"라며 "오물풍선은 무기가 아니면서 무기와 같은 공포감을 국민들에게 줬다"라고 말했다.
오물풍선은 지난 2022년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출현 때처럼 실시간으로 맞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 군은 '즉·강·끝'(즉시·강력히·끝까지), '원점타격'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해 세운 방침에 따른 응징을 하지 못한 채 풍선이 낙하할 때까지 추적·감시만 할 수밖에 없었다.
홍 위원은 "북한이 1000개 넘게 풍선을 보냈기 때문에 하나하나 물리적으로 통제하기 어렵고, 안에 세균, 화학물질 등 어떤 것이 들어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요격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오물풍선 도발에 대응해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북한은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중단 의도에 관한 엇갈린 해석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한의 조치에 따라 오물풍선, GPS 교란을 포함해 군사적 도발까지 추가로 감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에는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잠정 중단하고 남쪽의 추이를 보겠다는 것"이라면서 "(오물풍선) 대응주체가 (남북관계를 다뤘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서 국방성으로 넘어간 것은 남한 내 추가적 행동이 있으면 북한도 군사적 도발을 할 명분으로 삼겠다는 뜻"이라고 전망했다.
홍 위원은 "북한의 이번 오물풍선 살포는 확전이 아니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경고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경고가 충분했다고 보고 중단한 것"이라면서 "북한이 오물풍선을 남북한이 '두 개의 적대국 국가'임을 보여 주는, 가성비 높은 수단으로 보고 있는 만큼 반복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북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고사포 발사 사례를 뛰어넘은 무력도발을 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향후 GPS 교란 강도를 높여 전방지역 항공기 운항, 교통방해 등 피해를 줄 수 있는 도발을 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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