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 넘어 산` 동해 140억배럴 유전 발견

최상현 2024. 6. 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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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 자원이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탐사 결과가 나왔다.

최대 매장 추정량 기준 석유는 우리나라 전체가 4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고, 가스는 30년가량 사용 가능한 분량이다.

탐사정 시추로 석유·가스 자원 부존을 확인하고 나면 평가정 시추를 통해 매장량을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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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영일만 앞바다 매장 추산
한국석유공사, 연말 시추 착수
예상으론 대박… 성공률 20%
"경제성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개발 추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상현 기자]
동해 가스전 전경. [한국석유공사 제공]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 자원이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탐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올해 말 시추에 착수한다. 부존량 확인과 경제성 평가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오는 2035년쯤 실제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산유국의 꿈을 이루기까지 7∼10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시추탐사와 정확한 매장량 산정, 경제성 파악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점에서 섣부른 축배는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국정브리핑을 갖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저는 오늘 산업통상자원부의 동해 심해 석유 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 더 많은 탐사 자원 양이라 할 수 있다"며 "세계 최고의 에너지 개발 기업들도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미국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Act-Geo)사에 의뢰해 포항 영일만 인근 8광구와 6-1광구 북부·중동부에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부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얻었다. 매장 자원은 가스 75%와 석유 25%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가스는 3.2~12.9억t(톤), 석유는 7.8~42.2억 배럴이 매장돼 있다는 분석이다. 최대 매장 추정량 기준 석유는 우리나라 전체가 4년 동안 사용할 수 있고, 가스는 30년가량 사용 가능한 양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 이은 추가 브리핑에서 "(물리탐사에서 추정된) 최대 매장량인 140억 배럴의 현재 가치는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상당"이라며 "탐사 시추를 거쳐 정확한 매장규모를 확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이어 "물리탐사를 객관적인 수준에서는 다 진행을 했고, 검증까지 받은 상황"이라며 "올해 12월 정도부터 실질적인 탐사가 시작될 것이라 보고 있고 내년 상반기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장량이 추정 최대치인 140억 배럴이라고 가정한다면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다. 21세기 들어 발견된 단일광구 최대 심해유전인 남미 가이아나 스타브럭(starbroek) 광구 발견자원량인 110억 배럴보다 크다. 경제적 가치로는 1조4000억 달러, 한화로 약 2000조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 시총(현재 452조원 상당)의 5배에 가깝다.

다만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동해 심해 가스전의 탐사자원량과 가이아나 광구의 발견자원량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며 "시추를 통해 발견자원량을 확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견된 동해 심해 가스전의 시추 성공률은 20% 정도로 추산된다. 탐사정 시추를 5번 하면 한 번은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연말 첫 시추에 착수해 내년 상반기 중에 작업 결과를 발표한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심해 가스전은 1㎞이상 시추해야 하고, 비용도 1공에 1000억원 이상 들어가는 만큼, 동해 가스전 만큼 많이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와 자원개발이 요구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심해 가스전 개발 과정에서 많은 투자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정부는 자금 조달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는 현 단계까지 든 자금은 3억700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초기에는 정부 재정과 석유공사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자원개발 융자금 등을 사용하고, 추후에는 해외 메이저 기업의 투자 유치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탐사정 시추로 석유·가스 자원 부존을 확인하고 나면 평가정 시추를 통해 매장량을 파악해야 한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생산시설을 설치해 석유·가스 생산을 개시한다. 일반적으로 첫 탐사에서 생산까지 7~10년이 소요되고, 생산기간은 약 30년 정도다. 우리나라가 원유와 가스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인 만큼, 우선 석유·가스공사의 수입 물량을 대체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물리탐사 과정에서 추정 매장량이나 경제성을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시추 탐사 등에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되지만 성공확률이 워낙 낮아서다. 한국석유공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환 전남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물리탐사도 과학적 방법이라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근거는 된다. 그러나 시추 탐사도 성공확률이 10~20% 정도로 높지 않다"며 "앞으로 안정적으로 개발이 가능한지, 경제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시험도 해야 하고, 100% 확신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승훈 한국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시추탐사를 하는데 개발비용의 60% 상당이 발생한다. 정부도 성공확률이 20%라 할 정도로 불확실하기 때문에 가야할 길이 굉장히 멀다"면서 "재정을 몇천억 원 이상 투입해야 하는 사업이라 정당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석유·가스 매장량이) 없는 것보다는 좋지만 빨라야 2035년부터 상업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최대 140억 배럴이라고 하지만, 최소치인 35억 배럴과는 차이가 큰 만큼 국민에게 신중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장밋빛 전망만 그리기보다는 자료를 최대한 정확하게 공개하고, 자원외교의 실패를 반복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경·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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