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배신’은 하이브가 했을까, 민희진이 했을까

이선명 기자 2024. 6. 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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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어 민희진 대표(왼쪽)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 권도현·이선명 기자


‘배신’이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분쟁 중 중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하이브가 주장한 민희진 대표의 배임 전략이 수포로 돌아갔고 법원이 ‘배신적 행위’라는 비법률 용어를 사용하면서 여론은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 양 쪽 중 누가 ‘배신’을 했는지에 소모전을 펼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달 30일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주장하는 민희진 대표 해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법원은 하이브가 주장에 대해서 선을 그으며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민희진 대표가 모색 단계 또는 계획 수립 당계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 실행행위를 했다는 점은 소명되지 않고, 민희진 대표 행위들이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 있을지언정 어도어에 대한 손해를 발생시키는 ‘직무에 관한 부정행위’ 또는 ‘법령에 위법한 행위’에 해당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을 두고서도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 양 측간의 주장은 엇갈렸다.

민희진 대표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달 30일 가처분 인용이 된 직후 입장을 내고 “법원은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된 마녀사냥식 하이브 주장이 모두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동안 하이브가 언론을 통해 유출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모두 법정에 제시됐음에도 법원은 하이브 주장을 배척했다”고 했다.

반면 하이브는 이날 “당사는 법원이 이번 결정에서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듦으로써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재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명시한 만큼, 추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후속 절차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법원의 결정문을 두고 양 측의 해석이 엇갈린 것이다. 여론 또한 각각을 지지하는 이들로 나뉘어 법원의 ‘배신적 행위’ 용어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법원이 명시한 ‘배신적 행위’의 의의


법원은 이번 가처분 결정에서 민희진 대표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아일릿 데뷔를 전후해 대중들 사이에서도 아일릿의 콘셉트, 안무, 의상 등이 뉴진스의 것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던 점”을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 대표이사로서 정당한 문제제기로 판단했다.

이뿐 아니라 법원은 “민희진 대표가 시정을 요구한 하이브의 뉴진스에 대한 차별대우 문제, 하이브 소속 가수 음반 밀어내기 문제 등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 등에서 주장한 내용 등을 근거가 있다고 봤다.

이외에도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가 카카오톡 대화 등으로 어도어의 ‘영업비밀’ 자료를 유출했다고 한 주장에 대해서도 “하이브의 주장이 어도어의 ‘영업비밀’에 해당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어도어에 대한 어떠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했다.

하이브가 4월 22일 민희진 대표에 대한 감사권을 발동한 뒤 총력적으로 확보한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등의 자료를 두고 법원은 민희진 대표의 배임 및 주주간계약 위반 행위를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부당대우 등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기는 2021년 중반부터 2024년 초의 시기다. 반면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탈취’ 등을 했다고 주장한 때는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의 일이다.

새올 법률사무소 이현곤 대표 변호사는 “‘배신적 행위’는 법률적 용어가 아니다. 하이브가 주장한 민희진 대표의 배임 근거 등이 법률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고 상대방(하이브) 주장에 대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라는 표현”이라며 “이는 상대방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법률적으로 성립하지 않을 때 쓰이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하이브는 감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어도어 노트북 등을 확보한 다음에 배임 등의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감사와 배임 주장의 연결고리가 부족하다”고 했다.

하이브는 지난 4월 감사에 착수하면서 언론에 “어도어 부사장 A씨 등이 경영권 탈취 계획을 세우고 이행해 온 정황을 제보로 파악했다”며 “A씨는 하이브 재직 시부터 어도어 독립에 필요한 영업비밀 등을 넘겨준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그룹 뉴진스(위)와 아일릿. 하이브 제공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대표 변호사는 “통상 예비 음모 등의 행위가 인정되지만 실행의 착수가 없는 행위의 경우, 법원은 ‘예비단계 행위에 불과한 것이고 실행의 착수에 이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형식으로 판단한다”며 “이번 가처분 결정은 ‘배신적 행위가 될지언정’이라고 지칭한 의미는 “사실상 법원이 민희진 대표의 행위 등을 예비 음모라고 보기에도 부족하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판례에 따르면 예비 음모가 처벌규정이 있는 범죄의 경우라도 객관적으로 실행행위를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외부적 준비행위가 있어야만 처벌되고, 모색 정도의 단계에 불과한 행위에 대해서는 예비 음모로도 보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가처분 결정 상 ‘배신적 행위가 될지언정’이라는 의미와 관련해 노종언 변호사는 “사실상 법원이 민희진 대표의 행위 등을 예비 음모라고 보기에도 부족하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또한 “민희진 대표 행위가 결과론적으로 하이브의 배신적 행위로 귀결될 수 있더라도, 하이브의 원인제공행위(뉴진스 차별, 음반 밀어내기 문제)가 선후관계상 먼저 존재했다는 점에 비춰, 반대로 하이브 역시 민희진 대표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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