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 겪다 노동력 부족 시달리는 일본...한국의 머지않은 모습 [데스크칼럼]

김규식 기자(kks1011@mk.co.kr) 2024. 6. 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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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대졸취업률 2003년 55%
20년만에 98%로 상전벽해
저출산과 베이비붐세대 퇴직
노동인구의 빠른 감소 유발
韓에도 닥칠 상황 대비해야
2025년 졸업 예정인 일본 대학생들이 올해 3월 도쿄 국제 포럼에서 열린 취업 세미나를 듣기 위해 줄을 선 모습. <AFP 연합뉴스>
최근 일본 참의원 회의에서 40대 후반의 한 야당의원이 “제가 대학 4학년때 구직활동을 하면서 100개 정도의 회사에 원서를 냈다가 떨어졌다”는 발언을 해 함께 자리했던 의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취업시장이 그렇게 엄혹하던 시절을 있었지’ 라는 회상의 웃음이었다.

이런 취업난이 벌어졌던 건 거품경제가 붕괴되고 베이비붐 세대가 기업들에 남아있던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이 때 직장을 구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했던 불운한 졸업생들을 ‘취업 빙하기 세대’라고 부른다.

취업 빙하기가 한참이던 2003년 일본의 대졸취업율은 55% 수준. 올 봄 일본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대졸취업율이 역대 최고인 98.1%에 달해 사실상 완전고용에 다름없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20~30년새 일본의 취업·노동시장은 ‘상전벽해’한 셈이다.

대졸취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깝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데 이전 보다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실제 일본 기업들은 인재확보를 위한 처우를 개선하는 등 여러 방법을 쓰고 있지만, 인력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지난 3월 일본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이 1.28이었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시니어 (60세 이상) 인력’의 활용을 늘리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 역시 인력 부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간판 기업인 도요타는 최근 65세 이상 직원에 대한 재고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65세 이상을 예외적으로 재고용했었는데, 전 직종에 걸쳐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내용이다. 전기차 대응에서 생산·개발현장의 전문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시니어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 화학업체 중 하나인 스미토모화학은 60세였던 정년을 단계적으로 올려 최종적으로 65세로 만드는 방안을 진행중이다. 60세에 정년퇴직한 시니어를 해당 회사에서 재고용할 경우 급여가 낮아질 수 있는데,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 직장에 남도록 유도하는 곳도 속속 나온다. 최근 스즈키는 60세 정년퇴직 후 재고용하는 시니어에 대한 급여를 퇴직 전 수준으로 유지하는 인사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완전고용 수준의 대졸취업률이나 시니어 인력의 활용 확대 같이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의 배경에는 ‘경기가 좋아져서’라는 단순한 이유보다 노동력 부족이라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2011년 8100만명을 넘었던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세~64세)는 2020년 7509만명으로 줄었고 2040년에는 6213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족한 노동력 숫자가 2030년에 341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 노동력 부족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이다. 여기에 더해 700만명에 달하던 단카이세대(베이비붐 세대)가 2010년 이후 정년퇴직하기 시작하면서 노동시장의 변화를 가중시켰다.

일본이 지나온 길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과 닮아 보인다. 일본 보다 늦게 시작됐지만 우리의 저출산·고령화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일본의 단카이 세대처럼 몇년 후면 우리 노동시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2차 베이붐세대의 퇴직도 시작될 것이다.

일본은 대졸자 둘 중 한명이 직장을 못구하던 ‘취업 빙하기’에서 20~30년만에 기업들이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한국은 이런 변화를 더 짧은 시간만에 마주하게 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 사회와 기업도 우리에게 닥쳐올 수 있는 노동력 부족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 시니어 인력 활용을 비롯해 여러 방안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저출산 대응처럼 시기를 놓쳐 문제를 키워서는 안된다.

김규식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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