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확성기 무섭긴 한 모양”...北 오물풍선 단번에 잠재운 ‘케이팝’

공성윤 기자 2024. 6. 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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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따른 '오물 풍선' 살포에 정부가 대북 확성기 카드를 꺼내들자 북한이 한 발 뺐다.

북한은 풍선 살포에 대해 "잠정 중단"이라고 밝히면서 우리 측 행동에 따라 다시 뿌릴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번 북한의 반응으로 그간 비대칭 전력으로 통해온 대북 확성기의 효과가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대북 확성기는 2010년 천안한 폭침사건, 2015년 DMZ 목함지뢰 사건, 2016년 4차 핵실험 등 북한의 심각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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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오물 풍선' 잇따라 살포하다 정부의 대북 확성기 재개 계획에 "잠정 중단"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북한의 잇따른 '오물 풍선' 살포에 정부가 대북 확성기 카드를 꺼내들자 북한이 한 발 뺐다. 북한은 풍선 살포에 대해 "잠정 중단"이라고 밝히면서 우리 측 행동에 따라 다시 뿌릴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는 대북 확성기 설치 계획을 밝힌 직후에 나온 반응이라 '출구 모색을 위한 으름장'이란 시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2016년 1월8일 촬영된 경기 중부전선의 대북 확성기. ⓒ 연합뉴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공식 검토 중이란 사실은 6월2일 오후에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를 연 다음 언론에 "대북 확성기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이어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화한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대북 확성기 재개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는 최근 연쇄적으로 일어난 북한의 대남 도발에 따른 후속 조치다. 북한은 5월28일 밤부터 온갖 쓰레기를 담은 풍선 260여 개를 남측으로 날려 보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에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지만 도발은 멈추지 않았다. 북한은 5월29일에 GPS 교란 공격을 감행했고, 30일에는 동해상으로 미사일 10여 개를 발사했다. 또 6월1일에 다시 600여 개에 달하는 오물 풍선을 띄웠다.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자동차를 박살내 물리적 위협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북 확성기로 대응하겠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이 나오자 약 한나절 만에 꼬리를 내렸다. 6월2일 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는 한국 것들에게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며 "국경 너머로 휴지장을 살포하는 행동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6월2일 오전 인천 중구 전동 인천기상대 앞에 떨어진 북한 오물 풍선 잔해를 군인이 화학 탐지 장비로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몇십 배 대응"한다더니...확성기 앞에서 주춤

그러면서 북한은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우리는 이미 경고한 대로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적으로 살포하는 것으로 대응하겠다"며 정례적인 추가 도발 가능성을 덧붙였다. 나흘 전 "몇십 배로 건당 대응할 것"(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라던 격양된 태도에 비하면 다소 소극적인 결과다.

이번 북한의 반응으로 그간 비대칭 전력으로 통해온 대북 확성기의 효과가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성기의 방송 내용은 케이팝과 국내 뉴스, 라디오 드라마, 북한의 실상 및 체제 비판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가청 범위는 최대 15km로 개성공단에서 소리가 들릴 정도다.

당초 대북 확성기는 2010년 천안한 폭침사건, 2015년 DMZ 목함지뢰 사건, 2016년 4차 핵실험 등 북한의 심각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울려 퍼졌다. 그러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라 확성기가 모두 철거됐고, 지금까지 6년 넘게 방송이 중단된 상태다. 일단 정부는 6월3일 오후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대북 확성기 재개 여부를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꼭 확성기를 틀지 않더라도 향후 북한 도발을 대비해 장비를 접경지역에 설치만 해 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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