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배 환경호르몬 국민아기욕조’ 제조사 대표, 징역형 집행유예

기준치의 600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아기 욕조 ‘코스마’의 제조사와 유통사 대표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판사 강경묵)은 오늘(3일)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제조업체 대현화학공업 대표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간 유통업체 기현산업의 대표 B 씨에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두 사람에게 각각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습니다.

대현화학공업과 기현산업 법인에도 각각 벌금 700만 원과 5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친환경 PVC 소재 배수구 마개가 달린 아기 욕조로 안전성 확보 절차를 거친 다음, (실제로는) 일반 PVC 소재로 마개를 변경해 욕조를 제조했다”며 “많은 소비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고 KC 인증 표시에 대한 공공의 신뢰도 손상시켰다”고 질책했습니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법령상 시정조치를 이행했으며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액도 모두 지급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두 업체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612.5배가 초과 검출된 아기 욕조 ‘코스마’를 제조·유통한 혐의를 받습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간 손상과 생식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해당 제품은 ‘다이소’ 등에서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돼 ‘국민 아기 욕조’로 불렸고, 1년여 사이 수만 개가 판매됐습니다.

환경호르몬이 검출 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12월 리콜을 명령했고,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대현화학공업과 기현산업에 피해 소비자들에게 가구당 각 5만 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당시 최종 판매사인 다이소는 아기 욕조 제조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에서 빠졌습니다.

이와 별도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소비자 160명이 대현화학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1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뒤집어 “피고는 원고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개별 구매자의 신체적 피해가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정신적 피해는 인정할 수 있다면서 “부모들은 자녀를 유해물질에 노출시켰다는 자책감은 물론 성장 과정에서 신체 장애를 겪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겪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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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 기자 (categor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