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 질문 절반은 신원식에게…싱가포르서 확인된 한국 국방외교 위상
시그니처 '넥타이 외교'도…회담 분위기 끌어올려
(싱가포르=뉴스1) 허고운 기자 =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전 세계 국방당국 주요 인사들의 이목이 한국의 안보 상황에 집중됐다.
특히 한국 대표로 행사에 참석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미 '시그니처'가 된 '맞춤형 넥타이·배지 외교'와 함께 사전 연구를 바탕으로 한 친화력, 한반도 및 대북 현안에 대한 명료한 설명 등을 선보이며 올해 행사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3일 국방부에 따르면 신 장관은 지난달 31일 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세션 2에서 연설자로 나서 40여개국 국방 고위당국자들과 관련 연구자들 앞에서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발표했다.
신 장관은 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 등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주는 안보 정세를 설명하고,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사건도 소개했다. 신 장관의 연설 전후로 발생한 오물풍선 사건은 이때부터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세션2가 끝나자 청중들은 신 장관을 포함한 연설자들을 향해 질문을 24개나 쏟아냈는데, 이 가운데 10개는 한반도 안보상황과 러북 군사협력 등에 대한 신 장관의 의견을 묻는 내용이었다.
세션 2에 참가했던 존 칩맨 국제전략연구소(IISS) 소장과 세바스티앙 르꼬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신 장관의 명쾌한 답변이 인상 깊었다"라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질문 공세 덕분인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공지능(AI) '코파일럿'에게 '2024년 샹그릴라 대화와 관련해 세계 각국 언론이 가장 많이 다룬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묻자 신 장관의 발언들을 소개하며 '가장 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은 인물'로 신 장관을 꼽기도 했다.
신 장관은 본회의 연설 외에 싱가포르 현지에서 미국·일본 등 총 7개국과 양자회담, 한미일 회담 등 2회의 3자회담, 미국 상·하원 대표단 접견 등 총 11회의 공식 접견 행사를 소화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간 하루 평균 4회의 군사외교에 나선 셈이다.
행사 기간에는 신 장관과 회담을 갚고 싶다는 다른 나라 국방장관들의 요청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도 했으나, 우리 국방당국은 신 장관의 접견 일정이 꽉 찬 탓에 상당수의 요청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일부 국가들에선 '다음에는 꼭 만나고 싶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신 장관이 회의장을 이동할 때마다 엘리베이터, 복도 등에선 한국 취재진뿐만 아니라 외신들도 신 장관을 촬영하며 그의 발언에 집중했다.
한 유럽 국가 취재진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보이고, 다음은 아무래도 국가 영향력을 감안하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라며 "이들 외에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한국의 국방부 장관이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 기간엔 신 장관이 상대국 맞춤형 국방외교 노력을 위해 직접 아이디어를 내 실천하고 있는 '넥타이·배지 외교'도 볼 수 있었다. 상대국 국기 이미지를 형상화한 넥타이와 국기 배지를 착용하는 방식이다.
신 장관은 미 상·하원 의원단 면담 및 한미 국방장관회담에는 버건디색의 '혈맹 넥타이'와 함께 관련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 한·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회담에서도 맞춤형 넥타이와 배지를 착용하며 '연대와 결속'을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프랑스·일본·필리핀·유럽연합(EU)과의 양자회담에서도 배지를 달았다.
그는 특히 미 상원 3명, 하원 5명 등 의원들의 지역구와 소속 상임위원회, 발의했던 주요법안 등 개인별 특성을 미리 연구해 회담 중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친근함을 표현했다.
이에 미 의원들은 놀라움을 표하며 신 장관에게 감사 인사를 했고, 회담은 오랜 친구들의 만남처럼 밝은 분위기로 진행돼 성과 있는 대화가 가능했다고 한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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