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스토킹… 중·노년도 ‘교제폭력’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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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박모(65) 씨가 모녀 중 어머니와 교제하다 이별을 통보받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노년층 여성도 교제폭력(데이트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데이트 상대에 의해 살인·살인미수 피해를 본 여성 중 50대 이상은 전체의 19.5%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트 상대가 여성을 대상으로 살인·살인미수 등을 범하는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피해 여성이 50대 이상인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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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통보했다고 무차별 폭행
“고령 남성, 소유·지배욕 강해
경찰, 적극 초동조치 나서야”
서울 강남에서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박모(65) 씨가 모녀 중 어머니와 교제하다 이별을 통보받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노년층 여성도 교제폭력(데이트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데이트 상대에 의해 살인·살인미수 피해를 본 여성 중 50대 이상은 전체의 19.5%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3일 문화일보가 전국 각급 법원의 최근 판결을 확인한 결과, 50대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한 교제폭력은 20·30대와 마찬가지로 이별 후 보복·스토킹·불법촬영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전주지법 정읍지원은 69세의 피해자를 스토킹하다가 폭력까지 휘두른 A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춤을 배우러 다니면서 피해자와 교제하다 지난해 헤어진 A 씨는 다시 만나자며 무릎을 꿇는 등 11회에 걸쳐 스토킹을 했고, 자신과 교제 중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2월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B 씨는 51세 피해자와 모텔에서 성관계를 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하고, 돈을 주지 않으면 피해자의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을 유포할 것처럼 협박했다. 1월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C 씨는 53세 피해자가 다른 남성을 만나는 것에 대해 의심하고, 해당 남성에게 헤어지자는 전화를 하게 한 뒤 호신용 단검을 손에 든 채 주먹으로 얼굴 등을 때렸다.
이 같은 교제폭력이 더 나아가 생명을 위협하는 일도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과거·현재 애인 등 데이트 상대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인미수 등을 당한 여성은 최소 207명에 이르렀다. 이 중 연령대를 특정할 수 있는 피해자는 133명이었는데, 20대(38명)와 30대(32명)가 많았지만 50대 이상도 26명(19.5%)이나 됐다. 데이트 상대가 여성을 대상으로 살인·살인미수 등을 범하는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피해 여성이 50대 이상인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층은 가부장적인 성향이 강해 남성의 여성 소유·지배욕이 상대적으로 높고, 폭력에 대한 용인성도 더 큰 특징을 보인다”며 “교제폭력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경찰도 적극적 초동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모녀 살해 혐의를 받는 박 씨에 대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쯤 강남구 한 오피스텔에서 60대 여성 D 씨와 그의 30대 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30대 딸의) 신랑이 전화하는 바람에 범행을 저질렀다” “흉기가 거기 있었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조재연·조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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